"킹크랩 먹으러 갈까요?" 킹크랩(왕게)이라면 랍스터(바닷가재) 대게 등과 함께 몸값 높은 해산물의 상징이다. 요즘 웰빙 건강식으로 사랑받고 있기는 하지만 서민들의 호주머니 사정을 너무 고려하지 않은 추천이 아닌지 잠시 머뭇대는 사이 '부산맛집기행' 측이 말을 이었다. "맛은 신선하면서도 가격은 비교적 저렴해 부담이 적은 곳이 있어요."
부산 부산진구 전포2동 부전동지하철역 8번 출구로 올라온 직후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주차장이 보인다. 그 안으로 10여m 걸어들어가다 다시 오른쪽을 보면 '킹크랩 대게 할인마트'라고 나온다. 이곳은 엄밀히 말하면 식당이나 맛집이라기보다는 킹크랩 대게 등 각종 해산물을 공급하는 도·소매가게이다. 사람들은 수족관에서 살아 움직이는 고급 해산물을 구입, 집으로 가져가 직접 요리를 해먹기도 하고 마트 앞에 있는 횟집(사랑도횟집)에서 바로 즐기기도 한다. 이 횟집에는 자리 및 밑반찬값(일명 초장값·1인당 2000원)만 내면 되고 게는 주문 즉시 마트에서 쪄서 테이블까지 갖다준다.
킹크랩 1마리와 대게 2마리. | |
"킹크랩하고 대게, 세 사람 먹을 수 있게 해 주세요." 어느 평일 오후 7시30분께. 횟집의 따끈한 방바닥에 찬 몸을 잠시 녹인 맛집 회원 김은희(여·34) 씨에게 주문을 맡겼다. 동행한 조성화(58·자영업) 씨는 "살아있는 놈들을 바로 잡아 찌기 때문에 신선도는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라고 했다. 게가 찜통에서 익어가는 사이 횟집에서 내놓은 가오리회무침 다시마 브로콜리 등 밑반찬으로 심심함을 달랬다. 옆 테이블에 앉은 50대 부부는 벌써 10분째 말없이 게살만 발라먹고 있다. 가끔 껍데기 부수는 소리, 쪽쪽 소리가 들릴 뿐이다. "보통 10~20분 만에 나오는데 오늘은 손님이 많아 좀 늦네요."
게는 30여 분 만에 등장했다. 대게마트의 직원은 커다란 플라스틱 쟁반 위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게를 수북이 쌓아 테이블에 올려 놓았다. 몸통 크기가 어른 손바닥의 1.5배인 킹크랩 한 마리와 그보다는 몸집이 좀 작은 대게 두 마리였다. 다리와 몸통은 분리해 손님들이 먹기 좋게 이미 정리가 돼 있다. 게를 찌는 과정에서 흘러나온 국물과 진홍색으로 변한 껍데기에서 갯냄새가 솔솔 났다. 가시가 뾰족뾰족 튀어나온 킹크랩의 다리 하나를 집어들었다. 굵기가 엄지손가락 배 이상은 족히 됐다. 살을 발라 먹으려면 가위가 필수. 길이가 짧은 날이 밑으로 가도록 잡고 껍데기를 잘라 양쪽으로 벌렸다. "와!" 감탄사가 절로 나올 만큼 안에서 발라진 살의 양이 많다. 하얗고 통통하고 탱탱했다. 한 조각인데도 입이 하나 가득이다. 부드러우면서도 질겅질겅 씹히기도 하는 짭짤한 바다의 맛 그것이다. 킹크랩은 등껍데기를 떼어내자 몸통도 온통 살덩어리였다. 대나무 모양으로 생겨 이름이 붙여진 대게는 다리가 킹크랩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얇지만 속에 들어있는 살은 달다. 김 씨는 "킹크랩은 워낙 촉촉하고 먹을 게 많아 좋고 대게는 살 자체의 맛이 달아 입에 착 달라붙는다"며 "안 물리고 맛있기는 대게가 한 수 위인 것 같더라"고 취향을 밝혔다.
게가 아무리 맛있어도 그것만으로는 약간 허전하다. 그럴 땐 볶음밥(1인분 2000원)이 기다리고 있다. '횟집 이모'에게 부탁하면 대게와 킹크랩의 등껍데기 속에 들어있는 내장과 국물을 가져다가 김 등을 넣고 밥을 볶아주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게 내장이 버무려져 밥 색깔이 연둣빛이다. 국물이 필요하면 매운탕(일반 매운탕 5000원, 통우럭매운탕 1만 원)을 시키면 된다. 산초가루가 들어있어 매콤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게를 먹으면서 느꼈던 조금은 비릿하고 느끼했던 기분을 말끔히 씻어준다.
일반 식당보다 저렴하다지만 여전히 가격은 좀 센 편이다. 취재 당시(1월 말) 킹크랩의 가격은 큰 것이 ㎏당 2만5000원, 작은 것은 ㎏당 1만9000원. 대게는 ㎏당 2만2000원, 랍스터는 ㎏당 3만5000원. 가격은 시세에 따라 늘 바뀐다. 포장이나 배달도 가능하다. 3㎏ 이상을 구입하면 시외 택배비 무료. 3㎏ 이상 시내 퀵서비스는 비용의 절반을 마트 측이 부담한다. 영업은 오전 10시부터 밤 12시까지. 연중무휴. 주차장도 있다. (051)804-0039
◆ 주인장 한마디
- "가격 쌀 땐 문자로도 알려드려요"
매운탕 | |
'킹크랩대게할인마트' 수족관에는 각종 해산물들이 살아서 꿈틀대고 있다. 랍스터는 몸통 길이만 30㎝이상인 놈들이 대부분이다. 킹크랩은 버둥대는 모습이 영화 '에어리언'에 나오는 괴물과 흡사하다. 중간 크기는 1㎏, 큰 것은 무게가 2~3㎏도 나간다. 이런 놈들은 10년 이상 산 것들이라고 이정동 사장은 소개했다. "영상 3~4도로 수온을 맞추고 광안리 바닷물을 길어와 물을 자주 갈아 신선도를 유지합니다."
랍스터는 캐나다에서, 킹크랩과 대게는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것으로 현지 사정이나 국내 수요 증감에 따라 가격이 수시로 변한다. 그중에서도 12월과 1월이 특히 비쌀 때이다. 연말연시에 선물수요가 많아 물량이 달리기 때문이라는 게 이 사장의 설명. 쌀 때는 대게나 킹크랩의 경우 ㎏당 최저 1만 원까지도 내려간다.
볶음밥. | |
마트 측은 손님들이 찾아오면 연락처를 받아뒀다가 게 값이 내려갔을 때 문자를 보내 알리기도 한다. 이 사장은 "어른 한 사람이 800g~1㎏ 정도 먹는다"면서 "연말 설 추석 등 특수 시즌이 아니라면 1인당 1만5000원에서 1만7000원 선에서 푸짐하게 드실 수 있다"고 했다. 일반 식당에서 먹는 게에 비해 신선도는 배 이상, 가격은 절반 이하라는 게 킹크랩대게할인마트의 자랑이다.
※'몰래가는 맛집'은 다음 카페 '부산 맛집기행(회원 4만5000여 명)'의 추천으로 선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