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이 김선달'에서 맛볼 수 있는 한우생등심. 윤민호 인턴기자 | |
부산 부산진구 부전2동 쥬디스태화 신관 옆 숯불 석쇠구이 전문점 '봉이 김선달'. 젊음의 거리 서면 한복판에 자리를 잡고 있는 이 고기집은 주메뉴인 쇠고기와 돼지고기는 물론, 주인장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갖가지 반찬으로 미식가들 사이에 이미 입소문이 나 있는 곳이다. 언양이나 봉계로 향하던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은 이곳 식당만의 비결은 무엇일까.
한여름 땡볕 더위를 멀리 밀어내듯 보슬비가 내리던 어느 날 저녁. 주말이나 휴일이 아닌 평일이었는데도 3층 규모의 가게 1층에서는 빈 테이블을 찾기 힘들었다. 구석에 한 자리를 차지한 뒤 고른 이날의 메뉴는 한우생등심. 이번 맛집기행에 동행한 미식가 조성화(57) 씨는 "고기 맛은 물론이고, 곁들여 나오는 반찬부터 독특한 집"이라고 소개했다. 고추 깻잎 등 쌈재료와 쌈장 파조리개 백김치 샐러드는 여느 고기집에서나 볼 수 있는 기본적인 아이템. 그러나 노란색 양은냄비에 담긴 묵은지가 시선을 잡아끌었다. 조 씨는 "날씨가 좀 쌀쌀하면 불 붙은 고체 연료 위에 얹어 보글보글 끓여먹을 수 있게 나오고, 여름철에는 김치맛 그대로를 볼 수 있게 한다"고 전했다. 젊은이들의 입맛을 겨냥한듯한 스파게티도 숯불고기구이 반찬으로는 이색적이었다. 실제 이날 식당을 차지한 손님의 상당수가 20, 30대였다. 이들은 '실전'에 돌입하기 전 조금이라도 허기를 달래려는 듯 '후루룩 후루룩' 스파게티 접시를 비우고 있었다.
누룽지 | |
드디어 하얀 접시에 반듯하게 누워 모습을 드러낸 한우생등심. 둥글 넓적한 붉은 빛의 고기 사이에 두께 0.5㎝ 가량의 주 지방층이 'ㄱ' 'ㄴ' 모양으로 들어가 있고 실핏줄같이 얇은 기름기가 살코기 곳곳에 고루 배어있다. 조 씨는 "살코기에 하얗게 지방이 들어있는 모양을 '마블링'이라고 하는데 이게 얇게 골고루 펴져 있을수록 고기맛이 좋다"고 설명했다.
불판 위에서 생등심이 자글자글 익어갔다. 살이 너무 익을세라 집게가 쉴 새 없이 불판 위를 오고갔다. 장은 양파소스 참기름장 소금 등 3가지. 핏물이 약간 비칠 정도로만 익힌 뒤 우선 굵은 소금에 살짝 찍어 맛을 봤다. 조 씨는 "쇠고기는 미디엄으로 익혔을 때 가장 맛있고, 참기름이나 다른 장보다 굵은 소금에 찍어 먹어보면 본연의 맛을 느끼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고 했다. 이 식당을 추천한 또다른 미식가 이상복(50) 씨는 "씹을수록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이 우러나오는 것이 이 집 고기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묵은지 | |
육류만으로 배를 채우려는 사람은 2인분 이상을 먹어야겠지만 탄수화물을 위한 여유를 위에 남겨놓겠다는 생각이라면 누룽지를 기다려도 좋다. 1인분을 시키면 한 양푼에 가득 나온다. 두부와 게가 들어간 얼큰한 된장찌개와 곁들이면 그 자체로 저녁 한끼 식사에 손색이 없다. 이 씨는 "단골이 되면 생각지도 않았던 서비스 음식이 나오는 것도 좋은 점"이라고 귀띔했다.
가격은 한우생등심 1인분(130g)에 2만 원, 한우안거미도 1인분(120g)에 2만 원이다. 주머니가 가벼운 청춘들이 많이 찾는다는 삼겹살은 1인분(150g)에 6000원, 돼지갈비 1인분(200g)은 5000원이다. 된장찌개가 딸린 공기밥은 2000원, 누룽지는 3000원. 영업은 낮 12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주차는 쥬디스 태화 지하 1층에 하면 되고 1시간 무료이다. (051)802-5159, 5110
# 주인장 한마디
스파게티 | |
'봉이 김선달'의 사장 김용광(35) 씨는 지난 1999년부터 9년째 서면에서 고기집을 운영하고 있는 이곳 터줏대감이다. 광우병 파동으로 한때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시행착오 끝에 20대부터 50, 60대 장년층까지 폭넓게 사랑을 받는 음식점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사장이 내세우는 고기맛의 비결은 확실한 품질과 위생관리이다. 김 사장은 "구포에서 중매인으로 일하고 계시는 아버지가 'B1++' 등급 한우를 대주고 있다"고 말했다. 'A++'는 최고급 식당에서 내놓는 1인분 3만~5만 원짜리 한우. 주택가 정육점에서는 'B3'나 'C1' 정도가 팔린다. 'B1++' 등급은 일반 식당에서는 비교적 맛보기 힘든 양질의 고기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직원과 조리실 바닥의 청소상태 등을 손님들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주방의 전면을 유리로 처리해 놓은 것도 위생상태에 대한 주인장의 자신감이 반영돼 있다. 밥으로 나오는 누룽지는 이 식당에서 철판을 이용, 직접 만든 것이라고 김 사장은 소개했다. 단골이 되면 소 한 마리를 잡을 때 다섯근 정도 밖에 안 나온다는 고급 살치살을 맛볼 수도 있다. 그는 "삼겹살 3인분을 시키더라도 단골에게는 소고기 육회를 서비스로 내놓는 넉넉함이 우리 식당의 매력"이라고 자랑했다.
입소문은 부산을 벗어나 일본까지 건너갔다. 일본 관광객들이 부산을 찾으면 꼭 찾는 맛집 가운데 한 곳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이 집에 가면 풍성하고 넉넉하게 먹을 수 있더라는 인상을 심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맛집기행 회원들의 20자평
# 생삼겹두 엄청 맛나던데 함 드셔보세요.
# 고기집에서 특이하게 스파게티를 주시더라구요.
# 돼지고기와 쇠고기 세트메뉴는 다소 실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