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28. 07:21ㆍ세상사는 얘기
서로 다른 이들과 집안이 만나 부딪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상대방을 조정하거나 지배하려는 욕심으로 가득하다면 그 관계는 쉽게 깨져버리기 마련이다. 상대를 받아들이고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보자. 생각보다 해결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정신과 의사들에게 어려운 심리치료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커플 심리치료를 거론한다. 필자도 진료실 방문을 부부가 열고 들어오면 속으로신음을삼킨다. 부부가의자에앉고나면물어본다.“ 무슨일로 병원에 오셨나요?”진료실은 잠시 침묵 상태가 된다. 그러다 한 사람이 얘기한다.“ 이사람이….”로 시작하면서 무슨 문제 때문에 왔는지 설명하기 시작한다. 그럼 옆 사람이“당신은 어떻고….”로 되받아치면서 더 큰 문제를 얘기한다. 처음엔 의사 앞에서 점잖게 얘기하던 부부가 점점 언성이 높아지고 신랄한 얘기들이 오고가면서 상대의 지적이나 질문에 대답은 없이 자기 주장의 강도만 세지면서 대화의 평행선이 계속된다. 의사가 개입할 틈도 주지 않고 진료실 밖에는 대기하는 환자들만 늘어가고 있는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이쯤되면 무조건 싸움을 끊고 들어가 말해야한다.“ 상대의 얘기를 먼저 듣고 그 얘기에 해당하는 답을 하라”고. 부부 사이에 중요한 것 이슈는 다양하고 좋은 명언도 찾아보면 쉽게 알 수 있기에, 정신과 의사로서 한 가지만 얘기한다면‘역지사지’다. 상대의 입장에 서보라고 얘기하고 싶다. 상대의 문제는 너무 잘 알지만 자기의 문제는 외면하고 싶은 것이 현실이다.
나의 고통은 온종일 얘기할 수 있으나 상대의 고통은 잘 모른다. 상대가 얘기하는 와중에도 내가 어떤 얘기를 할지만 생각한다. 이건 대화나 소통이 아니라 각자 연설하고 있는 것이다. 내 기준대로 내 뜻대로 상대를 조정하거나 지배하려는 욕심이 가득하면 친구, 동료 사이도 깨진다. 나랑 친한 친구를, 같이 일하는 동료를 떠올려보라. 그네들에게 대하는 태도보다 나아야 하지 않을까. 간 쓸개 다 빼고 상대에게 질질 끌려다니라는 얘기가 아니다. 상대를 파트너로 받아들이고 얘기를 듣고 공감하는 태도 속에서 그다음에 내 주장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쪽이 그런 태도를 시작하면 머지 않아 식탁앞에서 그 사람도 변화를 보일 것이다.
부부싸움 시 명심할 것
부부 사이가 즐거울 때는“결혼은 한 번쯤 해야 돼”하며 스스로를 대견해 하지만 서로 심하게 다툰 날이면“결혼은 무덤이야”라는 선조들의 명언을 되씹으며 결혼을 후회하기 십상이다.‘ 화’라는 감정을 표현할 때 우리는 싸우기 쉽다. 부부 사이에 서로에게 화를 내는 상황은 실로 다양해서 일일이 열거하기 어렵고 그래서 부부싸움은 결혼생활에서는 필연이다. 부부간에 서로 싸우는 것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서로의 응어리진 감정을 풀기도 하고 격한 감정의 표현 속에서 그동안 못했던 솔직한 얘기도 하면서 상대에 대해 혹은 나에대해 더 알게 되기도 한다. 싸운 후에 어색하기도 하지만‘나도 그이를 위해서 이렇게 변해야지’라는 생각을얻게된다면 부부사이는 전보다 더 좋아질 수 있다. 좋은부부사이는 싸움이 없는 부부가 아니라 싸움을‘잘’하는 부부다. 아주 가끔은‘잘’싸우는 부부가 서로의 관심과 배려가 더 깊어질 수 있다. 문제는‘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적정선을 넘어서는 감정 표현은 분노의 폭발을 불러와 위기 상황이 초래된다. 감정적 위기 상황은 이성의 끈을 놓친다.할 말 못할 말 다하면 수습이 어렵고 후유증도 크다. 최소한 이성의 끈을 잡고 기억해야 할 몇가지 정도는 기억하고 싸우는 게 좋을 것 같다.
▶마음속에 담은 것을 50%만 꺼내라
집안 청소를 제대로 하겠다는 생각으로 한 번에 완벽하게 하려고 덤벼들면 힘도 많이 들고 완벽한 청소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낀다. 속에 담은 얘기를 표현하는 것도 좋지만 모든 것을 한꺼번에 쏟아내려 하면 싸움은 끝이 없어진다. 다음에도 기회는 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에 절반만 한다는 심정으로 얘기하라.
▶인신공격을 피하라
상대의 숨기고 싶은 약점, 치부, 과거를 자꾸 꺼내서 공격하는 것은 좋지 않다. 특히 그 사람 자체를 쓰레기처럼 전체를 매도해서 말을 하게 되면 처음 해결하려던 문제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서로의 인격 모독에 관한 논문 발표만 하게 된다. 문제점을 얘기하되 기본적인 인격은 존중해주자.
▶상대의 집안을 헐뜯지 말자
<친구>라는 영화에 나온 장면 중 학교에서 선생님이 주인공에게 아버지를 비난하면서 때리니까 격하게 반항하는 장면이 나온다. 자기에 대한 비난은 감수해도 가족에 대한 모욕은 참기 힘들다. 아무리 친한 친구 사이도 상대 부모를 욕하면 거의 끝장난다. 끝장낼 싸움이 아니라면 상대집안에 대한 비난은 절대 금기다.
▶극단적인 해결책은 신중하게 말하라
싸움이 격해지다 보면“별거하자, 이혼하자 헤어지자.”는 말이 나오는 경우 있다. 이런 극단적인 말은 내뱉을수록 생명력을 갖게 되어서 말이 사람 혹은 관계를 지배한다. 말이 씨가 되어서 현실로 나타나기 쉬운 것이다. 극단적 해결책은 최대한 피하라. 쉽게 나온 말이 수습하기 더 어렵다. 타협점을 찾는 것을 포기하지 말자.
위의 지침에서 욕설과 폭력을 쓰지 말라는 얘기는 의도적으로 하지 않았다. 그건 부부 사이뿐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서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쯤은 초등학생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폭력은 단순한 부부 싸움이 아니라 가정을 파괴하는 범법 행위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아이가 있는 부부는 싸움을 더욱 조심해야 한다. 아이들을 학원에 많이 보내는 것보다 부부싸움을 크게 안 하는 게 훨씬 아이들 성장에 이롭다. 아이들은 부모의 싸움에 대해 의외로 마음의 상처가 깊고 자기 탓을 하기 쉽다. 아이 앞에선 특히 조심해야 한다. 서로 가식적이고 무관심해 싸우지 않는 부부보다는 차라리 서로에 대한 관심으로 싸우는 부부가 낫고, 위기를 피해‘잘’싸우는 부부가 더 낫다. 적정선을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댁과의 마찰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법
시댁과의 마찰에 해결‘키’를 쥐고있는사람은 남편이다. 시댁이 원하는 대로 내가 다 바꾸어주면 마찰이란 게 없어지겠지만, 능력 있고 배울 만큼 배운 부인이 자기 행복을 포기하는 선택을 강요받아야 하는 세상이아니므로 일방적으로 변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그렇다고 친구와갈등을 풀 듯이 앞에 앉혀놓고 얘기해보자고 하기도 어려운 게 시댁 식구들이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시댁식구와 적극적으로 소통해서 풀어야 할 주체가 남편임을 깨달아야 하고, 부인도 남편에게 시댁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난보다는 합리적 대안을 같이 모색해서 남편이 나설수 있도록 격려하는게 필요하다.
갈등을 이겨내기 위한 심리치료
부부 각자의 주변 사람들은 아무래도 편을 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속풀이는 들어줘도 문제를 객관적으로 보기는 어렵다. 전문적인 상담치료를 통해 각자의 문제점을 깨닫고 해결책을 제시받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수 있다. 괴로워하는 당사자야 당연히 상담치료를 받으려 하겠지만, 보통문제 제공자들은 상담을 받으려고 하지 않는다. 이해 당사자들이 모여 집단 치료를 받는 방법이 효과적인 경우가 있고 오히려 역효과가나서 갈등이 깊어질 수도 있다. 무조건 모두 가서 상담을 받는 것보다 고통스러워 하는 당사자가 심리치료를 시작해서 어떻게 할지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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