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산을 담은, 산을 닮은 집

2012. 10. 25. 09:33전원 생활&노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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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수하고 점잖은 외관의 집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 안은 한옥의 모양새를 닮았다.

                              좁은 툇마루에 앉아 벽만한 문을 열면 부드러운 산등성이가 고스란히 풍경이 되는 집

                                                  머물수록 평온하고 고요해지는 가평의 ‘산집’을 만났다

                                                    -산을 담은, 산을 닮은 집-

6m 가까운 천장고를 가졌지만 가로로 긴 외관 덕분에 안정적인 비례를 보인다.

정면에 보이는 사각형 골강판은 미닫이 문이자 벽이다.

문의 개폐에 따라 이 집은 닫혀 있는 모습의 ‘ㅁ’자 집이 되기도 하고 열린 모습의 ‘ㄷ’자 집이 되기도 한다.

이 검박하고 초연한 집의 주인이자 건축주인 유 씨는 17년차 베테랑 방송작가다.

방송국과 가까운 여의도에서 생활하면서도 언젠가 시골에 호젓한 집을 짓겠다는 생각을 다지게 된 데는

그녀가 맡았던 프로그램 <러브하우스>도 한몫 거들었다.

그리고 막연했던 그녀의 계획은 최근 부모님의 권유와 도움으로 현실화됐다.

“부모님께서 다니시는 주말 농장이 가평에 있었어요. 부모님도

머무시면서 저도 함께할 수 있는 집을 짓기로 하고 건축가를 찾아갔죠.

집을 짓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어요.

” 그녀는 이미 수년 전 <러브하우스> 작가를 맡으면서 집을 지을 수 있는 땅을 고르는 것,

수도, 전기를 비롯해 행정적인 절차 등 집을 지을 때 필요한 제반 정보에 대해 어느 정도 선행 학습을 마쳤던 것이다.

그렇게 그녀가 찾아간 건축가는 <러브하우스>를 만들 당시 함께했던 건축가 김영옥 소장이었다.

친분이 있던 여러 건축가를 제치고 5년 만에 굳이 김 소장을 찾은 이유는 특별한 신뢰 때문이었다.

 

 
툇마루에 앉으면 눈앞으로 부드러운 화야산(禾也山)의 산등성이가 펼쳐진다.

색이 다른 자갈을 깐 마당 한편에 매실나무도 심었다.
아래
툇마루에 집주인 유진영 씨와 지인이자 패브릭 디자이너인 조진희 씨가 함께 앉은 모습.

 자갈을 깐 마당의 왼쪽으로 손님방, 정면으로 안채, 오른쪽으로 별채가 있다.

수직과 수평의 비례미가 인상적인 가평 ‘산집’의 풍경.

“5년 만에 만난 유 씨가 설계를 의뢰하며 처음 했던 이야기는 ‘생각하지 말고 집을 지어 달라’와 ‘모두가 즐겁게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였죠. 마지막으로 ‘설계를 하고 싶을 때 해달라’라는 거였고요.” 덕분에 김 소장은 여유롭게 이 집에 대해 탐구했다. 겨울이 길고 추운 입지 조건을 감안해 다양한 북유럽의 집들을 찾아봤고 ‘생각하지 말고 해달라’라는 건축주의 조건은 ‘순수하게 집만 생각해달라’는 말로 해석했다. 건축가 김영옥의 프로젝트가 아니라 ‘집’이라는 기본에서 시작했다. 그렇게 산을 담은 ‘산집’의 설계가 시작됐다. 부모님과의 동거이되 독립적인 공간을 바랐던 건축주의 요청은 작업실 겸 서재로 쓸 수 있는 별채로, ‘안도 아니고 밖도 아닌 공간’은 툇마루로 제안했다. 결과적으로 건축가는 부모님의 공간인 안채, 건축주의 서재이자 작업실인 별채, 더 작은 별채인 손님방으로 공간을 분리했다. 그리고 추위에 강한 벽돌이 주재료로 사용됐다. 설계와 달리 시공과정에서 조금씩 변형된 부분도 있지만 이 집의 앞모습과도 같은 안채와 별채의 미닫이 유리문은 나무 프레임으로 마감하는 디테일도 놓치지 않았다. 외벽과 컬러를 맞춘 조명이나 천장까지 올라오는 맞춤 책장, 서재의 복층에 마련한 작은 테라스처럼 안에 머물러 있을 때에야 비로소 발견할 수 있는 디자인이 숨어 있는 집. ‘‘머물러 있을 때 더 좋아진다’’는 유 씨의 소감에서 건축가의 배려를 짐작할 수 있다.

“이 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집의 자리예요. 산을 바라보며 앉은 집의 위치는 참 잘 정했다 싶어요. 안에서 밖을 누릴 수 있는 집이라는 점이 좋습니다.” 순수하게 ‘집’에 대해 고민한 건축가가 얻은 답은 자연을 담은 고요한 삶이었다.

 1 집의 안쪽에서 바라본 가평 ‘산집’의 내부 모습. 왼쪽으로 보이는 공간이 이 집에서 가장 넓은 공간인 안채로 주방과 거실, 침실, 욕실이 자리한다. 왼쪽으로 보이는 10㎡ 남짓한 별채는 손님방으로 쓸 생각이다.
2 부모님이 생활하실 안채에는 주방과 작은 거실을 마련했다. 주방의 식탁은 입식과 좌식이 동시에 가능하다. 침실과 거실 사이에는 미닫이 창호 문을 설치했고 침실 안쪽으로 욕실이 이어진다.
3 현관에서 시작할 때 가장 안쪽에 자리하고 있는 별채가 유진영 씨의 작업실이자 서재 공간이다.

또 다른 측면 모습. 서재이자 작업실 공간인 1층과 2층에 마련한 작은 발코니가 보인다.

위치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대지 면적 991㎡(약 300평)
연면적 120㎡(약 35평, 안채(45㎡), 별채(21㎡), 손님방(10㎡)
시공 연도 2012년 5월 완공
시공 기간 2개월
주요 마감재 적벽돌(외벽), 시멘트 벽돌(외벽), 방부목(툇마루), 골강판(지붕과 전면 출입구)
평당 시공비 3백50만원.
설계 및 디자인 로담

출처 : 세상에 이런집이-전원주택,귀농,황토집,한옥,통나무집,조경,흙집
글쓴이 : 흙과함께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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