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소금구이. 맨 우측 가운데 심줄이 보이는 것이 낙엽살이다. | |
사실 넘치는 게 고깃집 아닌가. 하지만 모처럼 큰 마음 먹고 외식 한번 하려고 해도 어딜 가야할지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하나같이 특상품 한우 암소를 취급한다 하고, 최상의 식재를 사용한다고 내세우니까. 가서 맛보지 않고는 옥석을 구분할 방법이 별로 없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이럴 경우 지인들의 입소문에 의존할 수밖에. 혹자는 인터넷 맛집 사이트를 참고하라고 하지만 '알바'들에 의한 장난이 심해 그것도 절반은 믿지 못한다. 그래서 제대로 된 고깃집을 소개받으면 반가울 수밖에.
'영남식육식당'. 식당을 하면서 정육점을 겸한다. 신시가지 좌동 재래시장 인근이다. 원래 일식집이었던 곳을 인수, 고깃집으로 개조해 작은 방들이 많다. 옆 테이블의 대화 소리에 방해받지 않아 우선 마음에 든다.
밑반찬 중에는 울릉도에서 자생하는 산마늘의 일종인 명이나물과 옛날 방식으로 담근 오이지 그리고 묵은지가 눈길을 끈다. 명이는 새 순이 올라오는 지금이 가장 맛있단다. 평소 못 보는 반찬이라 대부분의 손님들이 남은 것을 싸간다고 한다. 선짓국 또한 소피로만 직접 만들어 그저그만이다. 사이드음식이었다가 손님들의 요구로 최근 선짓국 정식이 식사의 메인 메뉴로 등장했다.
잠시 후 이글거리는 숯불과 주문한 특소금구이(120g 2만2000원)가 나무 도마 위에 올려진 채 들어왔다. 등심 낙엽살 치맛살 갈비 제비초리 등 이름 또한 흥미롭고 화려하다. 한눈에 봐도 고기 속의 마블링(지방의 무늬)이 예사롭지 않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고기의 원산지나 등급에는 관심을 두지만 정작 숯불에는 무심하다. 물어보니 참숯이었다. 강원도 태백숯가마에서 구워낸 것이란다. 안주인 김 씨는 "참숯을 좀 아는 사람은 결을 보면 바로 안다"며 석쇠를 걷어내고 자세히 설명했다. 그리곤 아무리 좋은 등급의 고기라도 숯이 받쳐주지 않으면 아마도 맛의 절반은 달아난다고 숯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숯의 향이 고기에 스며들어야 비로소 진정한 고기맛이 완성된다고 덧붙였다.
된장라면 | |
기름이 적고 맛이 고소한 치맛살은 여성들이 특히 좋아한다. 개인적으론 육즙과 함께 고소하면서도 약간의 씹는 맛이 있는 등심과 갈비살이 가장 맘에 들었다.
누룽지 | |
식사는 된장라면, 누룽지, 된장찌개 중 택일. 누룽지에는 보릿가루를 넣어 국물맛이 고소했고, 다대기를 곁들인 된장에 국수처럼 삶은 라면은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정도였다. 마무리 식사까지 깔끔하다.
고기는 식육점 가격으로 판매하며 생고기를 진공 포장해 선물용으로도 마련해준다. (051)702-0110
◆ 주인장 한마디
- "좋은 고기 찾으러 전국으로 발품을 팔아요"
안주인 김수정 씨는 흔히 고기의 명가로 불리는 언양 봉계 산내 지역의 비슷한 등급의 고기보다 영남식육식당이 7000~8000원 정도 싸다고 했다. 도로에 뿌리는 기름값을 뺐다고 생각하면 된다는 것. 중간 유통상 없이 산지와 직접 거래하는 데다 뼈를 발라내는 작업을 손수 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
한우 암소를 어디서 구입하느냐고 물었더니 딱히 고정적으로 가져오는 곳은 없다고 했다. 남편인 이승무(42) 씨가 좋은 고기를 구하러 발품을 판다고 답했다. 경북 봉화나 경주 산내가 주요 거래처라고 했다. 얼핏 들으면 약간 신뢰감이 없는 듯 하지만 한번 더 생각해보면 신빙성이 가는 대답이었다.
김 씨는 손님들에게 고기를 맛있게 먹는 방법을 설명해주겠다고 했다. 고기는 직원이 굽다가 개인접시에 한 점 놓을 때 바로 먹어야 한다고 했다. 그때가 맛의 절정이기 때문이란다. 가급적 소금을 찍어 먹어야 제대로 된 고기맛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또 고기는 되도록 기름기가 적은 순으로 먹어야 하며 양념갈비를 제일 마지막에 먹어라고 권했다. 한마디 더 덧붙였다. 요즘은 식당 벽에 축산물 소 등급 판정확인서를 손님들이 볼 수 있도록 붙여 놓기 때문에 이를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