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가당 음료에 대한 오해

2012. 4. 23. 15:36일상 생활정보.

무가당 음료에 대한 오해

 

당분이 없는 주스는 없다, 따로 더 넣지 않는다는 것일 뿐 [동아일보]

'과일 주스를 하루에 5잔 이상 마시면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지난해 6월 영국 노스웨일스뱅거대 연구진은 이런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주스에 당분이 많이 들어있다는 게 이유였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턴가 시장이나 마트에서 무설탕 또는 무가당이란 표시를 불인 주스가 눈에 많이 띈다.

건강을 챙기거나 다이어트 등을 목적으로 이런 주스를 찾는 사람도 많아졌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과연 무설탕 또는 무가당 주스는 당분 섭취를 제한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해답이 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정답은 '아니다'일 가능성이 높다.

시중에 유통되는 각종 가공음료 중엔 무설탕(sugar-free) 제품이 많다. 음료뿐만 아니라 무설탕 껌, 무설탕 캔디 등도 등장한 지 오래다.

하지만 '무설탕'이란 말은 식품에 당이 들어있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문자 그대로 '설탕이 첨가돼 있지 않다'는 것만 나타낸다.

설탕에 준하는 대체 물질인 액상과당, 아스파탐, 사카로스, 말티톨 등의 감미료는 얼마든지 들어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천연 포도즙을 물과 섞은 뒤 당도를 높이기 위해 설탕 대신 과당을 첨가하면 '무설탕 포도주스'가 된다.

그런데 액상과당은 설탕보다 무려 1.7배나 더 단 물질이다. 액상과당은 설탕보다 흡수가 잘되고 비만을 일으킬 가능성도 더 크다.

그렇다면 설탕은 물론이고 다른 당분도 넣지 않은 무가당 음료를 마실 땐 당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까. 역시 그렇지 않다.

현행 식품위생법에는 제품 100mL당 당분이 0.5g 미만인 경우 무당(無糖) 표시가 가능하다. 하지만 무가당과 무당은 동의어가 아니다.

무가당은 당이 전혀 없다는 게 아니라 당 성분을 따로 첨가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즉 원래 재료 자체에 들어있는 당 성분은 해당 식품이나 음료에 고스란히 들어 있다는 얘기다.

포도나 오렌지의 경우 천연 과일의 즙 안에도 당분이 충분히 포함돼 있다. 그래서 따로 당분을 넣지 않아도 가당 주스 못지않게 단맛이 난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실제 시중에 판매되는 무가당 주스의 평균 당도는 11∼12%로 일반 과일 음료의 평균 당도(12∼13%)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무가당 주스라고 무턱대고 당도가 낮을 것이라 생각해 안심하고 마시는 건 금물이라는 얘기다.

당뇨환자와 같이 혈당을 제한해야 하는 사람들은 과일 주스를 마실 때 한 가지 요소를 더 생각해야 한다.

과일을 주스로 마시면 생과일을 먹을 때보다 혈당수치가 더 빠르게 높아진다는 점이다.

주스는 소화 속도가 빨라 체내에 당분이 쉽게 쌓이게 한다.

무가당 주스를 마실 땐 반드시 관련 표기를 제대로 살피고 당 함유량 등을 꼼꼼히 살핀 뒤 마시자.

당 관리가 필요하다면 주스보단 과일 그대로 먹는 게 현명하다.

물론 당 섭취를 제한해야 하는 사람에겐 물이 최고의 보약이란 사실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이근배 신세계백화점 상품과학연구소장· 식품기술사 kblee01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