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듀는 긴 포크로 바게트나 새우 등을 찍어 녹인 치즈에 담가 먹는다 | |
불어로 '녹이다'라는 의미인 퐁듀(fondue)는 알프스 산골마을에서 딱딱하게 굳어진 빵을 녹인 치즈에 담갔다가 먹는 스위스의 대표적 음식. 가난한 시절 마른 빵을 재활용하며 끼니를 때워야 했던 음식이 18세기 치즈와 와인이 스위스의 주요 산업으로 발전하면서 날개를 달아 세계화된 음식으로 보면 된다.
스위스인들은 퐁듀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한국에 김치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퐁듀가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정도이다.
이 퐁듀를 부산서 유일하게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이 해운대구 중2동 달맞이고개에 위치한 '전망좋은 방'이다. 18년 전통의 이곳이 미식가들에게 퐁듀를 선보인 것은 5년전. 신재이(47) 사장이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다녀와서부터이다.
고풍스러운 베이지풍 인테리어에 추억의 비틀스 곡들이 은은히 들려오는 가운데 치즈퐁듀와 올리브퐁듀 두 가지를 주문했다. 흔히 말하는 퐁듀가 치즈퐁듀이며, 올리브퐁듀는 올리브유에 튀겨야 하기 때문에 직원이 테이블 옆에서 직접 요리를 해준다.
먼저 스프가 나온다. 크림, 야채 중 택일하면 샐러드가 이어진다. 드레싱은 망고와 사우즌아일랜드. 다음엔 둥그스름한 모양의 다소 독특한 점박이 무늬의 용기가 나온다. 자세히 보니 빵으로 덮여 있다. 칼로 갈라보니 홍합이 맛깔나게 들어 있다. 홍합스프이다. 빵은 고소하고 국물은 약간 매콤하다. 청양고추 때문이며 그 외 레몬 올리브유 화이트와인이 들어갔단다.
사진은 퐁듀 요리 테이블 | |
튀긴 안심과 새우 및 패주는 퐁듀용 긴 포크를 이용, 소스에 찍어 먹기도 하고 치즈에 담가 맛을 봐도 된다. 바게트와 감자도 마찬가지. 맛은 어떨까. 입속에서 혀가 춤을 출 정도로 별미이다. 레드 와인이 퐁듀에 어울린다며 레스토랑 측은 한 잔을 권한다. 와인 열풍에 최근 퐁듀가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는 부연 설명에 다시 한번 음식이 문화요 산업이라는 사실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홍합스프 | |
그러면서 여유가 좀 생기자 퐁듀와 관련된 한 가지 전통을 얘기해준다. "스위스에서는 퐁듀를 먹다가 치즈가 담긴 항아리에 음식을 빠뜨리면 오른쪽 남자에게 뽀뽀를 해야 한답니다."
디저트 주문 후 다시 김 매니저는 항아리에 남은 치즈를 가리키며 약한 불에 눌 만큼 끓이면 마치 카라멜처럼 변하는데 이게 짠듯 하지만 별미라고 한다. 정말이었다. 치즈퐁듀는 4만8000원, 올리브퐁듀는 4만5000원. 비싼 만큼 맛도 있고 분위기도 좋고 직원들도 친절해 왠지 대접받고 왔다는 느낌이 든다. 해운대 오거리에서 달맞이언덕길로 가지 말고 그 왼쪽길로 오르면 레스토랑 '오페라'를 지나 곧바로 만난다. 건물 앞에 주차할 수 있다. (051)746-4323
◆ 주인장 한마디
- 국내 최고라는 평가에 "아직도 시행착오 기간"
'전망좋은 방' 신재이(47) 사장은 "퐁듀는 5년 전 메뉴에 처음 올렸지만 준비기간이 5년이었다"고 말했다. 수십 수백 번의 시행착오를 겪었다는 것. 미식가들은 아마도 퐁듀에 관한 한 전국에서 최고라고 손을 꼽지만 신 사장은 "아직도 시행착오 기간"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유럽배낭여행 중 퐁듀를 처음 접한 신 사장은 단지 이 맛에 매료돼 시작하게 됐지만 진짜 공은 '전망좋은 방'이 18년 전 문을 연 이래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는 가족 같은 장성만 주방장 덕분이라고 했다.
지금이야 퐁듀 조리기구도 국내에서 구할 수 있지만 당시엔 모두 수입했다. 예외도 있어 여전히 올리브유 튀김통은 수입한단다. 그만큼 척박한 환경에서 일궈낸 성과인 셈.
퐁듀 가격대가 사람들에겐 좀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알고는 있지만 사실 스테이크 파는 것보다 이윤이 적다"며 "한 번 요리하는 올리브유 한 통이 1만 원 할 정도로 재료비가 상당히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격이 부담스러우면 크림소스 스파게티(1만8000원), 돌솥해물밥 격인 해물리조또(〃)가 특히 맛있다"고 권했다.
'전망좋은 방'은 단골이 특히 많다. "소문이 제법 퍼져 서울 대구 등지에서 연휴나 휴가철에 찾는 이들도 많고 해운대에 거주하는 외국인들 단골이 상당히 많답니다. 이 분들을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맛을 계속 연구할 겁니다."
이름을 바꿔야 되지 않느냐고 농담조로 한마디 던지자 신 사장은 "18년 전과 달리 나무들이 웃자라 해운대 앞바다와 광안대교가 조금밖에 보이지 않아 걱정"이라며 겸연쩍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