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추천하는 동네 밀면 맛집] 한 번 먹으면 중독… 우리집 면발 묵어 봤나?

2016. 9. 7. 19:36맛집 정보.


더워도 너무 덥다. 이럴 때 시원한 밀면 한 그릇 맛있게 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부산에서 먹어야 그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음식이 '밀면'이다. 밀면이 좋은 이유가 뭐냐고?


살얼음이 동동 뜬 새콤한 육수를 들이켜면 더위에 집 나간 입맛이 돌아온다.

유명 냉면집 냉면 가격에 비하면 값도 절반 이하 수준으로 아주 착하다.

대부분 밀면집은 영세해서 부부나 가족이 운영하니 밀면이야말로 서민들의 음식이다.

너무 유명해서 다 아는 집은 뺐다. 주민들이 추천하는 우리 동네 밀면 맛집을 소개한다.


오늘부터 엉뚱한 곳에서 줄 서지 말자.


밀면마당


'밀면마당' 입구에는 물밀면, 비빔밀면, 콩밀면을 소개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가게는 청소가 잘되어 반질반질 윤이 난다. 깔끔한 성격의 남편 장경원, 영양사였던 아내 김혜경 씨 부부가 운영한다.

부부는 음식을 만들 때 청결은 기본이고, 사용하는 물까지 중요하다며 강조한다. 음식에 들어가는 물은 모두 정수기로 정수해서 사용한다.

물밀면이 먼저 나왔다. 양념장을 풀지 않고 맛본 육수는 깔끔하면서도 감칠맛이 있다.


한우 사골 육수를 기본으로 채소와 한약재를 넣어서 만들었다. 비빔밀면 양념장에는 딸기와 파인애플을 갈아 넣었다.


인공적인 단맛이 없어 혹시 심심할 수도 있겠지만 깔끔해서 좋다.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콩밀면은 콩국에 면을 넣어 만들었다. 새로운 조합인데 국수 중면보다 굵은 밀면의 면발이 더 잘 어울린다.


고소하고 시원한 콩국에 적셔진 면발의 탱글탱글한 식감도 좋다. 든든하게 속이 꽉 찬다.


함께 온 지인은 "물, 콩, 비빔 순으로 맛있었다"고 순위를 매긴다.

밀면 4500원, 비빔밀면·콩밀면 5000원, 칼국수 4000원, 손만두 3500원.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8시. 일요일 휴무.


부산 중구 흑교로31번길 11-1(부평동). 051-255-1132. 

동방밀면

이른 점심시간인데도 '동방밀면' 앞에는 줄이 길다. 입구에서 몇 명인지, 무엇을 시킬지 물어본 다음 계산을 먼저 한다.


그리고 정해 주는 자리에 앉으면 된다. 소뼈를 고아냈다는 온육수는 직접 가져다 먹는다.

밀면이 나온 걸 보자 밀면을 좋아하는 친구는 입이 귀에 걸렸다. 곱빼기를 주문하지 않았는데도 다른 곳보다 양이 많다.

살얼음이 뜬 물밀면을 먼저 맛보았다. 잘 삶아진 면은 탱글탱글하고 씹는 맛이 있다.


육수는 단맛이 돌면서 감칠맛이 난다. 부드러운 수프를 먹는 기분이 든다.

황암우 대표에게 비법을 물어보았다. 그는 "비법을 우째 갈쳐 주노…. 한 가지만 이야기 하자면, 인삼도 들어갔다"며 은근히 자랑이다. 



비빔면은 다른 집과 다르게 면에 양념이 아예 비벼져 나온다. 단맛이 강한 듯하지만 매콤한 맛이 깔끔하게 마무리를 한다.


집에 와서도 자꾸만 생각나는 맛이다.

가족이 함께 오는 경우가 많아 선택의 폭을 넓게 해 주려 짜장면도 같이 판매한다. 바쁜 여름철이 아니면 밥이 나오는 정식 메뉴도 있다

밀면 4000원, 비빔면 4500원, 짜장면 3000원, 우동 3500원, 짬뽕 4000원, 정식 5000원.


영업시간 오전 9시 40분~오후 8시. 일요일 휴무. 부산 영도구 꿈나무길239(영선동). 051-416-9592.

부경밀면

부경대학교 후문 바로 앞에 '부경밀면'이 있다.


서면 춘하추동의 창업 멤버로 밀면 경력 27년의 남편 조준형 씨가 주방을, 친절한 아내 강숙정 씨가 서빙을 담당한다.

물밀면 육수는 색깔이 거무스름하다. 소뼈, 생강, 양파, 한약재를 넣어서 만들었다.


통후추를 직접 갈아 쓰고 재료는 소금부터 채소까지 국내 원산지에서 직접 가져온다. 



학교 앞이라 학생들 입맛에 맞추어 육수의 한약 맛을 약하게 했다. 그것 말고는 춘하추동의 맛과 거의 똑같다.


맛있는 육수가 진한 향에 가려지는 것보다 코끝을 살짝 스치는 지금 정도가 더 좋은 것 같다.

비빔장은 양파를 갈아 넣고 숙성시켜 진득하다. 양파의 단맛이 감칠맛을 끌어올려 손이 바쁘고 입이 즐겁다.


왕만두까지 곁들이니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된다.

부경밀면에는 겨울에도 칼국수 같은 계절 메뉴가 없다. 조 씨는 "평생 밀면만 만들어 다른 것은 할 줄 아는 게 없다"며 겸손해한다.


맛있는 밀면을 열심히 만들겠다며 웃는다.

영업을 마치는 오후 9시가 되자 가게 안에는 양파 향이 진동한다. 부부는 오랫동안 해 왔던 방법 그대로 내일 장사를 준비한다.

밀면·비빔밀면 5000원, 왕만두 4000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 일요일 휴무. 부산 남구 황령대로492(대연동). 051-622-8003.


부부한방밀면


'부부한방밀면'은 이름처럼 남편 박기홍 씨와 아내 유영순 씨가 14년째 다정하게 운영하고 있다.


대개 직접 가져다 먹어야 하는 온육수를 주전자에 담아 친절하게 자리로 갖다준다.


온육수는 밀면 가게의 첫인상을 좌우한다. 고소한 맛이 일품인 육수 맛을 보니 이 집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물밀면에는 얇게 채 썬 오이와 지단, 돼지고기 고명이 올려져 있다. 면발은 찰지다.


돼지 사골, 채소, 여러 가지 한약재를 넣고 오랫동안 고았다는 육수의 깊은 맛에 미소가 지어진다.


조금 과장하자면, 밀가루 면만 아니면 냉면이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박 대표의 설명을 들으니 이 느낌이 틀리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이전에 냉면집을 오래 운영했다. 노하우를 담아 만들어 밀면에서 고급스러운 맛이 났던 거다. 



비빔밀면에는 가오리회와 새콤달콤한 양념장이 들어 있다.


물, 비빔 모두 다 재료 간의 균형이 잘 잡혀 맛있다는 말 이외에 다른 설명이 필요 없다.


10월부터 판매하는 온밀면의 맛이 궁금해 다시 한번 찾아와야겠다.

물밀면 4000원, 비빔밀면 4500원, 만두 4000원, 온밀면 4000원, 칼국수 3500원.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9시 30분. 부산 동래구 명안로4(안락동). 051-528-7818

수정밀면

동구청 오거리의 수정밀면은 동구 맛집으로 동구청 구보에도 소개됐다. 밀면도 맛있지만 실은 만두 맛집으로 먼저 알려졌다.


아기 주먹만 한 손만두 6개가 4000원이다. 손만두는 피가 아주 얇고 속이 꽉 차 보인다. 만두 하나를 숟가락으로 덜어와 배를 갈랐다.


달착지근한 간장 소스를 넣고 한입 꿀꺽! 결론은 만두와 밀면의 조합이 좋은 집이다. 



온육수는 돼지 사골로 만들었다. 구수한 사골육수는 마음까지 위로한다. 이 육수를 사 가고 싶다는 사람도 있단다.


드디어 밀면이 나왔다. 육수가 좋기에 일단 양념을 걷어 내고 육수 맛 자체만 음미하며 먹는다.


한약재 맛이 연하게 비치는 시원한 육수가 마음에 든다. 그다음엔 양념과 같이 진짜 밀면을 맛있게 먹는다.

밀면은 이렇게 두 가지 맛으로 먹을 수 있다. 특이하게도 일 년에 몇 그릇 나가지 않는 온밀면을 여름에도 한다.


"추천하지 않는다"는 이해란 대표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시켜 봤다. 밀면 특유의 졸깃함이 사라지고, 식감이 당면 비슷해졌다.


뻘건 김칫국에 말아 먹는 국수라고 보면 되겠다. 메뉴에서 빼지 않는 이유는 가족끼리 왔을 때 찬 음식 못 먹는 분을 배려하는 마음이었다.

물밀면·비빔밀면·온밀면·손만두 4000원.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9시 30분. 부산 동구 수정로 19(수정동). 051-465-5878. 

언제나밀면

밀면 한 그릇에 3500원! 가격 착한 것이 부산 음식 밀면이다. 부산에서 가장 저렴한 밀면으로 여기가 꼽힌다.


박해전, 김순자 씨 부부가 토곡 사거리에서 '언젠나밀면'을 운영한 지 5년째. 서빙을 담당하는 박 대표는 "가격을 올리라고 하는 손님도 있다.


하지만 위치가 별로 안 좋은 우리 집을 찾아 주는 분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이기도 하다. 인건비가 많이 나가지 않아서 괜찮다"고 말한다.


착한 밀면의 맛은 어떨까. 일단 별도의 온육수를 셀프로 가져다 맛을 보았다.


밍밍하다고 하기엔 제 맛을 갖추었고, 감칠맛이 있다고 하기엔 다소 부족함이 있다.


어쩌면 우리나라 음식계에서 밀면의 위치가 그런지도 모르겠다. 



밀면 육수는 새콤하다. 여기 단골은 예전보다 더 새콤해진 것 같다고 했다. 면이 안 든 냉육수를 별도로 달라고 해서 맛을 봤다.


새콤한 육수는 여름이라 더 어울리는 것 같다. 더위에 지친 몸이 시원하고 새콤한 육수에 반응한다. 이 육수에는 뭐가 들어갔을까.


"다른 집과 같습니다. 그리고 비밀입니다"라는 말까지, 어쩌면 그렇게 밀면집들은 한결같은지 모르겠다.


새콤한 과일이 들어갔는지도 모르겠다. 양념을 타서 제대로 먹으니 밀면 육수에서 시큼한 맛이 더 강해진다.

물밀면 3500원, 비빔밀면 4000원, 만두 3500원.


영업시간 오전 10시 30분~오후 9시. 부산 연제구 연산9동 469-9. 051-754-8138.                        글·사진=박종호·박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