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이루는 중년

2011. 10. 22. 15:03건강*웰빙

'잠 못 이루는 중년'… 병원 찾는 40~50代 수면장애, 4~5배 폭증

생체시계 조절하는 '시상하부' 노화수면각성 리듬 젊을 때와 달라져

모처럼 일찍 퇴근해 TV 앞에 앉으면 천근 추의 무게로 졸음이 온몸을 짓누른다. 깜빡 졸다 깨어나서 눈을 비비며 침실로 들어가지만 그러면 거짓말처럼 잠이 달아난다. 갑자기 회사 일이 생각나서 머리가 복잡해지고, 낮에 우연히 들은 노래 가사가 계속 머리 속을 맴돌기도 한다. 양 한 마리부터 세어 보고, 거실에 나가 TV나 책을 보며 잠을 청하지만 오늘도 잠 잘 자기는 그른 것 같다.

▲ 나이가 들면서 겪는 수면장애를 방치하면 면역력이 약화되고 노화 현상이 빨라진다. 수면장애는 다양한 원인에서 비롯되므로 자신의 잠을 방해하는 요인을 찾아서 해결해야 한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수면장애 실태

불면증·수면무호흡증 등 수면장애로 2008년 1년간 병원을 찾아 진찰 받은 50대는 4만2651명으로 2001년(8756명)보다 4.8배 늘었다. 40대와 60대는 각각 4배, 70대 이상은 5배 늘었다(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 또 성빈센트병원이 지난해 235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5~64세 중 "잠이 들어도 자주 깨서 제대로 못 잔다"는 사람은 11.9%로 35~44세(5.5%)의 2배 이상이었다.

박상진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정신과 전문의는 "경제난 등으로 스트레스가 가중되는 환경 때문에 수면장애 자체가 늘기도 했지만, 40대 이상이 갈수록 수면장애를 삶의 질을 훼손하는 고통스런 질병으로 여기기 때문에 진료받으러 오는 환자가 폭증하는 것"이라며 "그만큼 중장년층이 수면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렇게 수면장애로 고생하는 중장년층은 여름철 열대야가 찾아오면 불면의 고통이 가중된다.

원인1: 뇌의 노화

스트레스나 카페인만이 잠 못자는 원인의 전부는 아니다. 뇌의 노화(老化)부터 의식하지 못했던 생활 속 습관, 집안 환경, 만성 질환, 복용 약물 등이 수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나이가 들면서 초저녁 잠이 많아지고 새벽에 일찍 깨는 것은 '생체 시계'를 관장하는 40대 중반쯤부터 시작되는 뇌 시상하부(視床下部)의 노화 때문이다. 이정희 강원대병원 정신과 교수는 "시상하부가 늙으면 수면각성 리듬이 어긋나 잠을 자야 하는 시간에 뇌가 깨고(각성), 깨어 있어야 할 때 뇌가 잠들려 한다"고 말했다. 또, 잠잘 때는 심부(深部) 체온이 평균보다 1도 정도 떨어지고 깰 때는 정상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시상하부가 노화하면 이 주기가 2~3시간 이상 앞당겨져 너무 일찍 자고 꼭두새벽에 깨게 된다.

원인2: 다른 질병·약물 복용

우울증이나 하지불안증후군 같은 질병도 불면의 직접 원인이다. 뇌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분비 장애로 생기는 하지불안증후군 환자는 잠들 무렵 허벅지와 종아리 부근이 불편해지며 자면서 다리를 자꾸 움직이게 된다. 이 때문에 잠에 들지 못하거나, 얕은 잠을 자거나, 자꾸 깨게 된다. 우울증이 있어도 잠이 들기 어려운데, 약이나 인지행동치료 등으로 우울증을 먼저 치료해야 불면증이 해결된다. 폐경기 이후 갱년기 우울증이 있는 여성은 여성호르몬제 치료를 하면 우울증과 함께 불면증도 좋아진다. 그 밖에 관절염이나 호흡기질환 등에 쓰는 약 중 일부에는 불면증 유발 성분이 있으므로, 만성 질환을 동반한 수면장애 환자는 복용약 중 불면증 유발 성분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원인3: 서파수면 시간 감소

한편 어렵게 잠이 들어도 수면 중 자주 깨거나, 자고 나서 개운한 기분이 들지 않는 것은 깊은 수면 단계의 지속 시간이 짧기 때문이다. 정영기 아주대병원 정신과 교수는 "개운하게 잤다고 느끼려면 뇌파가 느려지는 깊은 수면 단계인 '서파(徐波)수면'이 총 수면 시간의 20% 이상 차지해야 하는데 50~60대엔 5% 수준으로 감소한다"고 말했다.

서파수면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이다. 나이가 들면 상기도(上氣道) 주위 근육의 긴장도와 탄성이 떨어져 수면 중 기도가 좁아진다. 그러면 수면 중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체내 산소가 부족해져서 자꾸 깬다. 박동선 숨이비인후과 원장은 "늘어진 상기도 주변 조직을 수술로 잘라내 기도의 공간을 확보하거나, 고압력 공기를 기도로 불어 넣는 마스크를 쓰고 자는 '상기도양압술'로 치료한다"고 말했다.

그 밖에 전립선비대증이나 하지불안증후군, 만성통증이 있으면 수면 중 다리가 불편하거나 소변을 보려는 욕구나 통증 때문에 얕은 잠을 자거나 자주 깨게 된다.

문제점: 면역력 약화·노화 촉진

홍승봉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잠을 제대로 못자고 출근해 근무를 하면 우리 몸과 뇌는 혈중 알코올 농도 0.1%의 만취 상태로 일하는 것과 같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한다. 수면 전문의들은 수면장애는 악영향이 심각하므로 장기간 방치하면 면역력이 약해지고 인체의 노화 속도가 빨라진다고 말한다. 정 교수는"자신이 다양한 원인 중 무엇 때문에 수면에 문제가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치료해야 수면장애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맑아 헬스조선 기자 malga@chosun.com

다리 쑤셔서 잠 깨··· 도파민제 알약이 '특효'(하지불안증후군)

하지불안증후군은 벌레가 기어다니는 것처럼 다리가 근질근질하고 전류가 흐르는 것처럼 콕콕 쑤셔 잠들기 어렵거나 잠에서 자주 깨는 병을 말한다. 잘 때만 증상이 나타나거나 밤에 증상이 악화되기 때문에 환자의 약 60%가 수면장애를 겪고 약 30%가 주간졸림증을 호소한다.

하지불안증후군은 꽤 흔한 병이지만 환자 대부분은 자신의 병에 대해 잘 모르거나 큰 병이 아니라고 생각해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는다. 조용원 계명대동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20~69세 전국 성인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5%가 하지불안증후군이었다"고 발표했다.

원인은 뇌에서 중독 등에 관여하는 도파민이라는 물질이 감소하기 때문으로 추정한다. 노화로 도파민 분비량이 줄어드는 40세 이후에 잘 생기며, 도파민의 원료인 철분이 부족해도 잘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불안증후군으로 진단되면 잠들기 2~3시간 전 도파민제 알약을 복용한다. 약을 복용하면 하루 만에 효과가 나타나 1~2주 내에 증상이 감쪽같이 사라진다. 권형민 보라매병원 신경과 교수는 "도파민제 알약은 근본적인 치료 수단이 아니므로 상당수 가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한다"며 "하지만 구토나 어지럼증 등 외에는 큰 부작용이 없고 파킨슨병 용량의 4분의1 정도만 쓰기 때문에 장기간 복용해도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혈액검사 결과 철결핍성 빈혈이 있는 사람은 도파민제를 복용하지 않고 철분제만 복용해도 증상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권 교수는 "환자 중 20%가 철결핍성 빈혈이 있으며, 철분을 보충해주면 증상이 좋아진다는 보고가 있으므로 철분제나 철분이 풍부한 쇠고기 녹색채소를 먹으면 도움된다"고 말했다.

>> 자가진단표

1. 저녁이나 밤에 다리가 저리고 쑤신다
2. 자려고 눕거나 잠에서 깰 때 다리를 움직이고 싶다
3. 다리를 들거나 떨면 통증이나 불편함이 사라진다
4. 이런 증상으로 잠들기 어렵고 자주 깬다
5. 이런 증상으로 낮에 피곤하고 졸리다
6. 이런 증상이 사회생활에 영향을 미친다
7. 이런 증상 때문에 우울하고 성격이 예민해졌다
▶1~7번/ 4점:상당히 그렇다 3점:아주 그렇다 2점:적당히 그렇다 1점:약간 그렇다 0점:그렇지 않다
8. 증상의 정도는?
▶4점:매우 심하다 3점:심하다 2점:약간 심하다 1점:보통이다 0점:나타나지 않는다
9. 증상이 나타나는 빈도는?
▶4점:주 6~7일 3점:주 4~5일 2점:주 2~3일 1점:주 1일 이내 0점:나타나지 않는다
10. 하루평균 증상 지속시간은?
▶4점:8시간 이상 3점:3~8시간 2점:1~3시간 1점:1시간 이내 0점:나타나지 않는다
※모두 합한 점수가 11점 이상이면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자료:대한수면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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