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상 알고나니 충격적인 '짜장면 한 그릇'

2012. 3. 23. 11:26건강*웰빙

서울 종로구의 한 중국집에서 짜장면 한 그릇으로 점심을 때운 직장인 김모(33)씨. 그는 식사를 가볍게 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미 세계보건기구(WHO)의 하루 나트륨 권고기준(2,000mg)을 훌쩍 넘겼다. 짜장면 1인분에 함유된 나트륨은 2,392mg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최근 전국 72개 음식점에서 국민들이 많이 찾는 외식 음식 130종을 구입해 음식별 평균 나트륨 함량을 살펴본 결과는 놀라웠다. 총 18개의 주요 음식 1인분이 하루 섭취 권고량(2,000mg)보다 많은 나트륨을 포함하고 있었고, 나트륨 함량이 1,000mg 미만인 음식은 떡, 만두, 일부 김밥, 튀김, 반찬류 한 접시 등으로 극히 제한적이었다. 전복죽, 게살죽, 깨죽 등 죽 한 그릇도 나트륨 함량이 1,000mg을 넘었다.
나트륨이 1,962~4,000mg에 이르는 20위권 순위에는 짬뽕, 우동, 열무냉면, 쇠고기육개장, 간짜장, 알탕, 물냉면, 동태찌개, 선지국, 짜장면, 만두국, 해물칼국수, 내장탕, 잡탕밥, 어묵국, 추어탕, 된장찌개, 떡만두국, 김치찌개 등 직장인들이 자주 찾는 음식이 망라돼 있다.

한국인의 나트륨 섭취량은 하루 4,878mg(2010년 기준)에 이르는데, 실제 직장인이 하루 두 끼를 음식점에서 해결하면 쉽게 섭취할 양이다.

그나마 나트륨 함량이 적은 외식 메뉴는 회덮밥(744mg), 꼬리곰탕(766mg), 곰탕(823mg)이다. 카레라이스(1,089mg), 볶음밥(1,203mg), 비빔밥(1,337mg) 등도 비교적 나트륨이 적었다. 식약청은 음식별 나트륨을 포함한 영양 함량을 홈페이지(www.kfda.go.kr/nutrition)를 통해 공개하고 일반인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짜고 매운 자극적인 음식들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지만 전문가들은 짜게 간을 한 음식점은 신선하지 못한 재료를 숨기기 위한 경우가 많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 소금을 적게 넣으면 맛이 없다는 생각도 편견이며, 신선한 재료를 이용하면 충분히 맛을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인자 한국조리사회중앙회 부회장은 "채소 등이 원래 가지고 있는 간이 있으며 소금을 적게 넣고도 재료의 비율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다"며 "소금 대신 파, 고추 등을 썰어 넣거나, 소스도 과일소스와 같은 자연에서 나는 것을 이용하면 좋다"고 말했다. 그는 "그 동안 자극적인 것에 길들여졌지만, 원래 전통적인 서울 표준음식은 '숨숨하다''삼삼하다'고 표현되는 맛이었다"고 설명했다.

음식점에서는 기본적으로 삼삼하게 간을 하고, 손님이 취향에 따라 소금을 넣도록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소금, 젓갈 등도 큰 그릇에 담아서 테이블 위에 올려 놓기보다 작게 덜어서 조금만 내놓고, 소금을 떠 넣을 수 있는 숟가락도 가능한 작은 것으로 내놓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 부회장은 "아주 작은 숟가락을 놓아두면 아무래도 소금을 떠 넣을 때 몇 번을 넣을지 양을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짬뽕 우동 등 면류의 나트륨은 면에 25∼44%, 국물에 56∼75%가 들어있으므로 국물은 가능한 적게 먹는 것이 좋다.

만병의 근원… 핀란드는 1/3 줄여 수명 5년 연장
현대병과의 싸움 나트륨부터 줄이자 <상>
소금 1일 6g 덜 먹으면 뇌졸중 24% 감소
한국 나트륨 섭취량 WHO 권고량의 2.4배
"가정·외식·가공 망라한 참여가 성패 좌우"


"혈압계의 작은 눈금 하나(1mmHgㆍ밀리미터머큐리)만큼만 혈압을 줄여도 뇌졸중 위험이 5~6%가 줄어듭니다."

나트륨 줄이기 운동본부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오병희 서울대 의대 순환기내과 교수는 나트륨 줄이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혈액 속의 나트륨은 주변의 액체를 빨아들여 혈관을 압박, 고혈압의 주범으로 꼽힌다. 오병희 교수는 "저염식은 몇 달만 해도 금방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나트륨을 적게 섭취함으로써 얻는 이득은 엄청나다. 하루 소금 섭취량을 6g 줄이면 뇌졸중이 24% 감소하고, 관상동맥 심장질환은 18% 줄어든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소금 속에 40%가 들어있는 나트륨은 잘 알려진 대로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 뇌혈관 질환을 유발할 뿐 아니라 골다공증, 위암의 원인으로도 꼽힌다.

이러한 만성 질환을 예방하게 되면 국민의 의료비 지출도 크게 줄일 수 있다.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등 4대 질환 때문에 나가는 우리 건강보험 재정은 2005년 2조5,000억원에서 2010년 4조9,000억원으로 뛰어올랐다. 전체 진료비의 15.1%를 차지한다.

우리 국민의 나트륨 섭취는 세계적으로도 높은 편으로 세계보건기구(WHO) 1일 권고섭취량(2,000mg)의 2.4배에 달한다. 영국(3,440mgㆍ2008년), 미국(3,436mgㆍ2006년), 일본(4,280mgㆍ2009년)에 비해 훨씬 높다. 더구나 나트륨 섭취량이 2007년 4,388mg에서 2010년 4,878mg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나트륨 줄이기 운동을 실시한 국가들은 상당한 효과를 내고 있다. 핀란드는 고나트륨 식품표시제 도입 등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23년간 나트륨 섭취를 3분의 1 가량 줄였고(1979년 4,480mg에서 2002년 3,240mg), 그로 인해 국민들의 기대수명은 평균 5년이 늘어났다. 영국도 8년간 나트륨을 10% 줄이는데 성공했다.

일본 또한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교육 캠페인을 통해 12년간 나트륨 섭취를 21% 줄였으며, 캐나다도 정부ㆍ공공기관 내 식당 나트륨 함량 표시, 체인음식점의 나트륨 표시 의무화로 2016년까지 나트륨 섭취를 30% 줄인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캐나다는 이미 하루 나트륨 섭취가 3,400mg으로 우리나라 보다 훨씬 적지만 2016년에는 2,300mg으로 WHO 권고 수준까지 근접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 40년간 업체 자율로 나트륨 저감화를 유도해 왔으나 성과가 높지 않자 정부가 직접 나서기로 하고 국가 단위의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인자 한국조리사회중앙회 부회장은 "미국은 가공식품이 발달한 국가여서 실패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자연식을 선호하는 나라여서 (나트륨 줄이기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한번 습관들이기가 어렵지 습관이 들면 어렵지 않다"며 "우리 국민들은 또 흡수가 빠르지 않느냐"고 말했다.

강백원 식품의약품안전청 영양정책과장은 "업체나 음식점들도 이제 나트륨 줄이기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저나트륨 치즈, 소스류, 장류 등이 새로운 틈새시장으로 각광받으면서 저나트륨식품 시장이 만들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재옥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장과 오병희 교수 등이 공동위원장을 맡은 나트륨 줄이기 운동본부는 각계 총괄위원 20명, 분과위원 88명 등 총 100명 가량이 참여하고 있다. 외식업중앙회, 영양학회, 조리사회중앙회 등의 관련 단체들이 참여해 저나트륨 음식 개발, 저나트륨 가정식 보급, 외식업체 나트륨 함량 표시 지원 등 갖가지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오 교수는 "국민들이 외식을 많이 하기 때문에 가정식뿐 아니라 외식업체, 가공식품까지 망라한 참여가 성패를 좌우한다"고 말했다.


한국사람 너무 짜게 먹는다는데…


아마존 유역에 사는 야노마모족은 '고혈압 없는 종족'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평균 수명은 여자 96세, 남자 104세. 평균 혈압은 최고 95㎜Hg, 최저 57㎜Hg이다. 정상혈압 기준(최고혈압 120㎜Hg 이하, 최저혈압 80㎜Hg 이하)과 비교하면 얼마나 안정적인 수준인지 알 수 있다. 이와 연관된 유별난 특징은 이들이 소금을 먹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면 우리나라 국민은 소금을 많이 먹는 축에 낀다. 외국 음식에 비해 특별히 음식이 짠 것 같지 않은데 어디에서 소금을 그토록 많이 섭취하는 것일까? 바로 국물과, 김치가 '소금의 바다'다. 우리나라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식단이지만, 이것만 주의하면 고혈압 관리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소금 어디서 섭취하나

가톨릭대 식품영양학과 손숙미 교수가 최근 20~59세 성인 552명을 조사한 보건복지부 용역과제 '대국민 저염섭취 영양사업을 위한 사전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들이 소금을 가장 많이 섭취하는 것은 김치류 29.6%, 국·찌개류 18%, 어패류 13.3% 순이었다. 김치는 절인 음식으로, 절대적 소금함량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루 세끼를 상복한다는 점이 문제다. 국이나 찌개는 아무리 싱겁게 간을 해도 국물을 모두 먹으면 전체 소금 섭취량이 크게 늘어난다. 흔히 '소금덩어리'로 생각하기 쉬운 장아찌나 젓갈류에서 섭취하는 소금 양은 4.2%로 그다지 높지 않다. 소금함량이 많은 편인 것은 사실이나 먹는 빈도가 낮기 때문이다.

성별로 두드러진 특징도 조사됐다. 남자(14.9g)는 여자(12.2g)보다 더 짜게 먹는다. 또 남자는 라면(2위), 여자는 생선구이(3위)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소금을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역별로 김치와 된장의 염도를 측정한 결과, 경상도 지역 김치와 된장이 각각 3%와 14.5%로 가장 높았다.

어떻게 줄여야 하나

이번에 조사된 우리나라 성인의 일일 평균 소금 섭취량은 13.5g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권장량 5g의 2.7배나 된다. 이를 줄이려면, 이번 조사에서 밝혀진 대로 먼저 김치와 국물을 제1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뜨끈한 국물이나, 세계적 건강식으로 꼽히는 발효음식 김치를 아예 식탁에서 치워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소금 섭취량을 줄이려면 몇 가지 요령이 필요하다.

먼저 식탁 위에 생야채를 김치처럼 늘 올려두도록 한다. 손 교수는 "생야채에 쌈장을 약간만 찍어먹으면 김치를 먹는 양이 줄게 되고 소금 섭취량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쌈장에도 간이 있지만 김치보다는 덜하다. 또 생야채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많이 먹어도 좋다.

국이나 찌개는 먹는 습관을 고치도록 노력해야 한다. 먼저 국물에 밥을 말아먹는 습관은 버리도록 한다. 건더기만 먹고 국물은 될 수 있으면 손대지 않는다. 국그릇을 작은 것으로 바꿔보는 것도 시도할만하다.

외식을 하더라도 국물이 많은 식단 즉 곰탕, 백숙, 물냉면, 칼국수, 짬뽕 등은 가능하면 자제한다. 소금섭취를 기준으로 외식 식단을 선택한다면 일식이나 중식보다 양식이 낫다.

특히 라면은 요주의 식품이다. 라면 역시 아예 끊어버릴 수 없다면 끓일 때부터 물과 스프를 반만 넣고 끓이는 방법을 써보자. 국물이 남더라도 밥 말아 김치 얹어 훌훌 먹는 '소금의 식사'는 절대 삼가 해야 한다.

국물과 김치에 이어 좀더 저염식을 향해 나아간다면 다음 타깃은 가공식품이다. 가공식품은 소금과 조미료가 필수인데, 둘 다 '나트륨의 원천'이다. 통조림은 종류를 불문하고 피하는 게 좋다. 예를 들면 햄부터 시작해 꽁치 통조림, 조미된 땅콩 통조림, 복숭아 통조림까지 모두 나트륨 함량이 높다.

소시지, 베이컨 등 육가공 식품. 과자 등 간식류도 소금 또는 조미료가 많다. 햄버거, 치즈버거, 피자 등 패스트푸드 역시 고염식이다. 손 교수는 "음식을 조리할 때 신맛, 매운맛을 이용하고 허브, 야채 등으로 입맛을 돋우면 소금을 조금 적게 써도 먹을만하다"고 말했다.

▲ 소금 하루 하루 5g 이하 먹으면 혈압 5mmHg 떨어져

고염식은 고혈압의 위험요인 중 하나다. 정확히 말하면 소금을 구성하는 나트륨이 혈관에서 물을 끌어들여 혈압을 높게 한다.

소금섭취량이 낮을수록 혈압이 떨어진다는 사실은 임상연구를 통해 잘 확인되고 있다. 미 국립 심·폐·혈연구소가 실시한 고혈압 식이요법 'DASH(Dietary Approaches to Stop Hypertension)'를 정상인과 고혈압 환자들에게 적용한 결과 소금 섭취량이 낮을수록, 고혈압 환자일수록, 혈압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높았다. DASH의 핵심은 저염식이며, 고지방 식품과 육류를 줄이는 대신 야채와 과일, 견과류, 유제품을 보강한 것이다.

이 임상 이후 전문의들은 통상 저염식(하루 소금섭취 5g 이하)은 고혈압 환자의 최고 혈압을 평균 5㎜Hg 낮춘다고 동의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박성하 교수는 "고혈압 환자가 최고혈압이 5㎜Hg 낮아지면 합병증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나트륨 섭취가 전부는 아니다. 박 교수는 "통상 체중을 10㎏ 줄이면 최고 혈압은 20㎜Hg, 저염식을 하면 5㎜Hg가 떨어진다고 본다"며 "고혈압 위험요인인 체중, 흡연, 고콜레스테롤, 고염식 등을 모두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흔히 이뇨제를 처방받는 55세 이상의 고혈압 환자는 칼륨도 낮아질 우려가 있으므로 야채와 과일을 보충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며 "반대로 신장이 안 좋은 환자는 칼륨이 고농축된 포도즙 등을 너무 많이 먹으면 오히려 위험하다"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2006년 8월31자 한국일보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