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다”는 하우스푸어들 사연 들어보니..

2012. 9. 17. 10:41세상사는 얘기

법원 경매 올라온 하우스푸어들 사연 들어보니..

탄탄한 중소기업의 과장인 A씨는 요즘 "죽고 싶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입에 달고 산다. 밥을 먹다가도 TV를 보다가도 문득 "죽고 싶다"라고 말해 주변 사람을 놀라게 한다. 지난 주말에는 가족들과 TV의 한 개그 프로그램을 보다 자신도 모르게 또 "죽고 싶다"는 말을 내뱉었다. 초등학생인 큰딸이 놀라서 울었고 마침내 온 식구는 부둥켜안고 울고 말았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2006년 서울 상계동의 한 아파트를 무리한 대출로 산 데서 시작했다. 오랫동안 월세 생활을 했던 그는 월세를 주느니 대출을 받는 것이 낫다고 여겼다. 장교로 6년간 군 복무를 하며 모은 돈으로 신혼집을 마련한 그는 근검 절약이 몸에 배어 있었다. 그는 착실하게 돈을 모으면 시간이 걸려도 집값 갚는 것은 어렵지 않으리라 여겼다.

하지만 은행 주택담보대출로는 부족해 제2금융권과 신용카드 신용대출까지 받으면서 빚이 빚을 낳는 악순환이 시작됐다. 집값이 오르면 손실이 만회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집값은 되레 떨어졌고 손실을 메워 보겠다고 시작한 증권도 죽을 쒔다.

그러던 중 아내가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았고 갑작스러운 병원비는 그를 카드 돌려 막기로 내몰았다.

현재 그가 책임져야 할 빚은 집을 팔아도 다 갚지 못한다. 결국 A씨는 최근 법원에 회생신청을 냈다. 그의 마지막 소망은 네 식구가 길거리에 나앉지만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비슷한 경우의 B씨는 A씨의 형편보다 더 나쁘다. B씨는 현재 처가에 얹혀 살고 있다. 처가도 넉넉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자녀가 셋인 그의 가족이 들어가 살기엔 비좁지만 어쩔 수 없는 형편이다.

소유하고 있던 85㎡짜리 아파트는 얼마 전 법원 경매를 통해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갔다. 그런데도 아직 5000만원이 넘는 빚이 남아 있다. 개인회생을 신청한 것도 남은 빚 5000만원을 청산하기 위해서다.

B씨 역시 악몽의 시작은 아파트였다. 4억5000만원짜리 아파트를 사기 위해 그는 전세금 1억5000만원과 은행대출 3억원을 냈다.

그다음은 다른 '하우스 푸어'들과 비슷하다. 수입의 대부분을 이자로 쏟아부었지만 빚은 줄지 않았고 생활비 때문에 새로운 빚이 늘어 가는데 집값은 떨어졌다.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집을 내놓았지만 팔리지도 않았고 마침내 빚을 감당할 수 없는 단계가 되자 은행은 집을 압류해 경매에 넘겨 버렸다.

A씨는 "힘들긴 해도 차라리 지금이 낫다"고 말했다. 집이 사라졌지만 그와 그의 가족을 짓누르던 빚도 그만큼 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A씨는 '그때 집을 사지 말았어야 했다'는 후회를 떨쳐 버릴 수 없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최순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