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없는 암치료를… 한국서 또 일 냈다.

2013. 3. 7. 15:03건강*웰빙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김종승 고려대 교수
탈모 부작용 없는 암치료 시대 열린다
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약물 전달 복합체 개발
형광물질 약물에 투입… 적용 과정 확인도 가능~

 

 

"암 환자들이 치료과정에서 가장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가 머리가 빠지는 부작용입니다. 연구내용이 치료에 적용되면 부작용이 전혀 없는 암 치료가 가능해질 겁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ㆍ서울경제신문이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3월 수상자로 선정된 김종승 고려대 화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가 기존 약물전달 체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 연구팀의 '약물전달 복합체'는 암 치료과정에서 정상세포가 아닌 암세포에만 약물을 완벽하게 전달하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과학계는 물론 의료계까지 주목하고 있다.

일반적인 약물은 인체 내에 투입됐을 때 세포의 구조나 위치를 고려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전달된다. 세포적응력이 월등한 암세포를 죽이기 위해 독성이 강한 약물을 인체에 투입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가장 약한 모근이 죽게 된다. 암 치료 중인 환자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탈모현상은 바로 이 때문에 발생한다.

따라서 지금까지 수많은 연구자들이 암세포만 선별해 죽이는 치료약 개발에 힘쓰고 있다. 물론 제한적이나마 암세포만 타깃으로 하는 표적치료제가 개발돼 현재 치료에 쓰이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완벽하지 못해 암 치료과정에서의 탈모현상은 막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김 교수 연구팀은 약물을 오로지 암세포에만 전달하고 전달과정과 적용 결과까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우선 연구팀은 암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단백질에 많이 발견돼 암세포 '표적지향체(guiding group)'로 활용되는 단백질 조각을 이용했다. 이 단백질 조각과 탁월한 항암효과를 갖는 '캠토테신(CPTㆍCamptothecin)'이라는 약물, 그리고 형광물질을 결합했다.

이를 '프로드러그(prodrug)' 형태로 만들었다. 표적지향체는 약물전달 체계에서 표적부위에 선택적으로 작용해 약물의 흡수를 돕는 물질이다. 또 프로드러그는 약물에 어떤 장치를 달아 생체 내의 특정 효소를 만났을 때에만 효과를 보이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연구팀은 형광물질을 약물에 투입해 약물이 이동하는 과정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했다. 약물 전달과정과 적용과정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진단과 유방암ㆍ폐암ㆍ간암ㆍ위암ㆍ대장암 등 암 종류에 따른 선택적 약물투입이 훨씬 더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약물전달 복합체를 이용하면 의료와 제약, 건강 산업, 화장품 산업 등에서 활용할 수 있다"며 "새로운 산업창출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김 교수는 지난 20년간 나노유기분자 합성과 생물학적 응용연구 분야에서 활약해왔다. 구체적으로 세포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산화환원 반응을 촉매하는 '티올(RSH)'이라는 물질의 농도를 정량화할 수 있는 화학도시미터(화학센서)를 개발, 학계의 인정을 받았다. 인체의 신진대사에 관여하는 티올이라는 물질의 농도를 파악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든 것이다. 또 전기화학적으로 발생되는 이온 라디칼(radical)을 효과적으로 안정화할 수 있는 유도물질도 개발했다. 세포의 단백질이 활성산소에 의해 깨지게 되는데 이렇게 깨진 것을 라디칼이라 부른다. 이 라디칼이 인체에 얼마나 존재하는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낸 것이다. 두 연구성과 모두 노화의 원인을 파악하고 늦출 수 있는 기초연구 성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김 교수는 과학인용색인(SCI) 저널에 300여편의 논문을 게재했고 40여개의 국내외 특허를 출원했다. 김 교수의 일부 논문은 '안게반테케미(Angewandte Chemie)'지의 표지를 장식했고 '케미컬리뷰(Chemical Reviews)'나 '화학회총설(Chemical Society Reviews)' 등 화학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에 게재됐다. 지금까지 총 피인용 횟수(논문의 질적 수준 평가척도)는 6,800여회에 이르며 H-인덱스가 44(44회 이상 피인용된 논문이 44편임)로 해당 분야에서 인정받고 있다.

약물전달 복합체 개발 연구성과는 지난해 8월 화학 분야 학술지인 '미국화학회지(JACS)'지 표지논문과 주목할 논문(Spotlight)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