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살이 팁①]목적이 선명해야 한다

2012. 7. 18. 14:44전원 생활&노후

 

 

                                                     글 사진. 김경래(OK시골 대표, 월간 마을 발행인)

안정숙씨(가명)가 전원주택을 짓고 강원도로 이사를 한 것도 벌써 1년이 지났다. 남편의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난 후 담당의사는 공기 좋은 곳에서 휴식을 취하라고 권했다. 그렇잖아도 전원주택에 관심이 많던 안씨 부부는 도시 아파트를 팔고 전원주택을 지어 이사를 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1년을 살면서 안씨 부부는 터를 잘못 잡은 것에 대해 많은 후회를 하고 있다. 공을 들여 짓고 정성들여 가꾼 전원주택을 팔아야겠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다.

이들이 전원주택을 택한 이유는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조용하게 휴식을 취할 생각에서 였다. 그래서 경관 좋은 곳을 우선적으로 보고 터를 잡았는데 그곳은 등산로 입구였다.

아주 유명한 산은 아니었지만 등산객들이 찾아올 정도로 아름다운 산이 뒤를 받쳐주고 있는 매우 좋은 터였다. 게다가 마당 앞 쪽으로는 산에서 내려오는 계곡이 흐르고 있다. 주변 경관이 아름답고 계곡 건너편으로는 등산로가 있어 두 부부는 산에도 자주 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터를 잡은 것이다.

하지만 이사하고 얼마 되지 않아 그 생각이 잘 못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등산객들이 많이 오는 토요일 일요일만 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등산로 입구에 집이 하나 생기자 등산객들은 수시로 관심을 보인다.

관심이 지나쳐 마당까지 들어와 이것저것 만져보고 가는 사람들도 있다. 차를 마당에 세우고 산에 올라가겠다며 들어오는 사람도 있고 화장실 빌려 쓰려는 사람, 물 얻어먹으러 오는 사람 등이 수시로 들린다.

게다가 가끔은 관광버스를 대절해 단체 등산객들도 온다. 이들 중에는 야유회 성격이 많아 버스 한 대에서 사람들이 내리면 산에 올라가는 사람도 있지만 등산을 뒷전이고 계곡에 자리를 잡는다.

이런 사람들은 산에 올라갔던 팀원들이 내려올 때까지 계곡에서 술타령을 한다. 흥이 오르면 손뼉을 치고 노래도 부른다. 이들이 부르는 노래는 수준 높은 것은 없고 소리를 지르는 수준의 것들이다 보니 엄청나게 시끄럽다.

그것도 심심해진 등산객들은 건너편에 있는 전원주택이 궁금해 마당에 까지 몰려와 기웃거리고 화장실과 먹을 물을 찾는다.

처음 이사했을 때는 이런 사람들의 관심이 기쁘기도 했다. 집이 예쁘다고 말하는 것도 듣기 좋았다. 그래서 얼마 들었냐고 물으면 자세히 설명을 해주기도 했고 친절하게 커피도 한잔 내 놓기도 했는데 방문객들의 도가 지나치면서 스트레스가 되었다.

화장실 쓰자고, 물 먹자고 들리는 등산객들에게 다른 곳에 가보라고 하면 시골인심 운운하며 욕지거리를 하고 돌아서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담장 밑에서 실례를 해놓고 가는 등산객들도 있다.

그래서 안씨 부부는 토요일 일요일만 되면 새벽부터 신경이 곤두선다. 차가 들어와 주차하지 못하도록 마당 입구를 막는 일부터 사주경계를 하는 것이 이들의 주말생활이다.

터를 잡을 때 안씨 부부가 실수를 한 것은 목적을 분명하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땅을 살 때는 목적이 선명해야 실수하지 않는다.

단순하게 투자용으로 사는 것이라면 개발계획을 보아 땅값이 많이 오를 수 있는 곳을 택하는 것이 답이다. 이때는 살기 좋은 환경이란 측면은 크게 고려대상이 안 된다.

하지만 전원주택용이라면 얼마나 살기 좋은 곳인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교통여건도 봐야 하고 병원이나 시장 등과의 거리도 보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렇게 일반적인 여건을 파악하는 것보다 더 세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앞에서 예를 든 안씨 부부의 경우에는 자신들이 그 땅을 선택한 것은 조용히 휴식을 취할 전원주택을 짓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경관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등산로 입구에 터를 잡다보니 휴식을 취하며 살기에는 아주 불편한 집이 되었다. 이런 터라면 펜션을 하거나 전원카페를 하기에는 최고의 자리다.

전원주택을 짓고 사는 사람들 중에서 팔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전원생활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도시로 돌아가야겠다는 사람들이 아니다. 이들이 전원주택을 팔고 싶어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다시 하면 제대로 된 터를 잡고 제대로 된 집을 지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다.

전원주택지를 선택할 때는 내가 그 땅을 어떤 용도를 쓸 것인가에 대한 현미경적 분석이 필요합니다. 무엇을 하며 살 터전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휴식을 취할 전원주택인지 펜션으로 활용할 것인지 아니면 야생화를 적극적으로 키울 계획인지 등 어떤 목적으로 살 것인가를 분명히 하여 거기에 맞는 땅을 찾는 것이 답이다.

이런 경우도 있다. 장정수씨(가명)도 조용하게 전원생활을 할 생각으로 터를 잡은 곳이 펜션들이 많이 몰려 있는 곳이다.

 

펜션들이 많은 곳은 경관이 수려한데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경치에 반해 자리를 잡았다. 그러다보니 휴가철이나 주말은 펜션 이용객들로 동네가 늘 번잡하고 시끌벅적이다.

조용히 살고 싶어 전원생활을 시작했는데 주변에 있는 펜션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장씨는 요즘 주변의 다른 집들처럼 펜션을 하든가 아니면 팔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든가를 놓고 갈등 중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목적이 선명하고 거기에 맞는 땅을 선택한 사람들은 전원생활이 성공적이다. 도시에서 사는 것 몇 배의 삶의 질도 높여 살고 있으며 그것이 곧 부동산 투자로 이어져 재테크도 된다.

반면에 남들이 모두 계곡을 찾고 강변을 찾는다고 그렇게 따라 간 사람들은 분명 힘들어 하다. 그런 사람들 중에는 전원주택을 단순한 겉멋으로만 생각해 선택한 사람들이거나 일반적인 부동산 투자를 하듯 살다보면 땅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에서 선택한 경우가 많다.

단순하게 아름다운 집만 보고 그곳에 사는 것이 목적이거나 땅값 상승을 기대해 그곳에 터를 잡고 산다면 그 또한 답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전원생활을 위해 전원주택을 지었다면 집보다 중요한 것이 생활이다. 생활이 불편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땅을 선택할 때 내가 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에 대한 목적이 선명해야 하고 거기에 맞는 땅을 선택하는 것이 답이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