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2. 15. 20:23ㆍ세상사는 얘기
【여주=뉴시스】이정하 기자 = "효자였는데, 어쩌다…"
지난 10월14일 경기 양평읍의 한 주택에 이웃들이 몰려들었다. 이 주택에 살던 김모(77)씨가 전날 새벽 잔인하게 살해당해 경찰의 현장 검증이 진행됐다.
주민들은 현장검증에 나선 범인을 보고 경악했다.
범인이 다름아닌 '극진하게 아버지를 모신다'고 소문난 김씨의 아들(42)이었기 때문이다. 아버지 부양문제 등으로 10여 년간 함께 산 부인과 두 자녀와도 별거하며, 아버지를 모신 그였기에 이웃들의 충격은 더했다.
김씨는 흉기에 머리를 내리찍혀 얼굴 형체도 알아 보지 못할 정도로 훼손된 상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의 아들은 경찰조사에서 "알콜중독상태의 아버지가 술에 취해 자신에게 흉기를 휘두르는데 화가나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지방 공기업 직원인 김씨는 범행 전 '회사와 국가가 나를 미행한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회사 내에 게재하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지검 여주지청은 지난달 7일 김씨의 아들을 존속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여주지청은 또 최근 4살짜리 친아들의 몸에 휘발유를 붓고 불을 붙여 살해한 임모(44)씨를 현주건조물 방화치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임씨는 지난 2002년 1월 27일 오전 0시 45분께 양평 자신의 집에서 둘째 아들의 몸에 불을 질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경찰과 소방당국은 집에 불이 난 원인을 전기 합선으로 결론 짓고, 사건을 종결했다.
그러나 임씨의 범행은 사건 발생 9년만인 지난 9월 임씨와 재혼했다 이혼한 40대 류모(여)씨가 경찰에 사실을 털어 놓으면서 들통났다. 임씨는 숨진 둘째가 류씨를 엄마라고 부르기를 거부하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임씨는 "휘발유를 바닥에 부었고, 공중에서 라이터 불을 켰는데 불이 옮겨 붙었다"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으나 경찰은 대검 화재수사지원팀에서 분석한 화재감식 결과를 토대로 류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결론내렸다.
검찰은 ▲화재 현장에 있던 임씨와 류씨의 발바닥에 남은 화상 자국 ▲ 불이 임군의 머리에서 시작해 등을 따라 내려오며 신체를 심하게 훼손한 점 ▲ 휘발유 유증기 폭발이 없었던 점 등을 종합했을 때 숨진 임씨의 아들 몸에서 발화됐다고 판단했다.
이밖에도 경기 이천과 화성에서도 12살짜리 친아들을 목졸라 살해한 30대 주부 A씨와 동거남의 전처가 낳은 3살짜리 아들을 밀쳐 숨지게 한 20대 주부 B씨가 구속되는 등 가족 해체에 따른 패륜 범죄가 잇따라 밝혀져 충격을 줬다.
여주지청 한 관계자는 "최근 가정 파탄이 급속화되면서 반인륜적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사회생활의 근간을 이루는 가정의 문제를 우리사회가 더 성찰하고, 인성교육을 확대해 가정을 건강하게 만들어 나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jungha9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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