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만하면 다 공짜 - 무한리필 & 여행

2013. 8. 31. 00:45여행.관광·정보

그래, 나 뚱뚱하다. 나 좀 뚱뚱하다고 오해들 하는데, 오해하지 마. 하루는 정말 담백하면서 짧고 굵은 당일치기 여행이 그리워서 "야, 이젠 여행도 담백한 게 그립다"고 했더니 스포츠레저부 후배가 "에이~, 뻥치지 마요. 형은 여행도 무한리필 같은 거 다녀야 하는 거 아녜요~" 하더라고. 그래, 뻥이다. 뻥뻐러뻥뻥, 100% 뻥이다. 무한리필 막창 꾸역꾸역 먹듯이, 난 여행도 무한리필로 가고, 또 가고, 또 가야 직성이 풀린다.

그래, 말 나온 김에 소개나 하자. 다녀도, 다녀도 배고픈 이 선배의 무한리필 여행지 버킷리스트. '여행 비만男'이긴 해도, 알지? 마음만은 '홀쭉'하다고. 그러니깐, 오해하지~마.

◆ 무한리필 기차여행 … 내일로

↑ 전남 곡성 기차마을에 있는 이색 증기열차. 곡성역은 내일러(내일로 티켓 여행족)들이 꼭 찍고 가는 남도의 여행포인트 중 한 곳이다.

군침부터 꿀꺽 넘어가는 코스다. 먹고 또 먹고, 아니 타고 또 타도 되는 무한리필 기차 여행이다. 방법도 간단하다. '내일로 티켓(패스)'만 사면 된다. 티켓을 끊으면 1주일간 전국 어디로 가건, 무제한, 무한리필로 기차에 오를 수 있다.

단, 조건이 붙는다. 서럽지만 나이 제한이다. 이게 딱 만 25세까지다. 시기도 딱 정해진다. 여름, 겨울, 휴가 시즌이다. 올해는 딱 9월 초까지. 그러니 8월 말까지 티켓을 사서 즐기면 된다.

탈 수 있는 기차의 종류도 거의 무한대다. KTX를 제외한 전 노선 열차다. 가격? 놀랍겠지만 입 쩍 벌어질 정도로 착하다. 1인당 5만6500원. 서울~부산을 한 번만 왕복해도 본전은 뽑을 수 있다.

이러니 난리다. 티켓이 없어 못 팔 정도다. 아예 대학생들 사이엔 이 티켓으로 여행을 다니는 전문 마니아들인 '내일러(Railer)'까지 생겨났을 정도.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좌석이다. 내일로 티켓의 좌석은 '자유석'이다. 굳이 풀이하자면 '주인'이 없는 자리다. 그래도 이 티켓은 시즌 때마다 매진행진이다.

꼭 방문해야 할 '내일러 메카'도 있다. 이 티켓을 이용하면 △공짜 숙박 △관광지 할인 △맛집 할인 등 추가 혜택을 듬뿍 주는 통 큰 지방의 기차역 리스트다. 정선 민둥산역에선 역무원 아저씨들이 관광 가이드까지 맡아주고, 침실 객차까지 덤으로 제공해 준다. 영주역이나 충북 본부의 단양 도담역과 충주역에서도 1박 공짜 숙박 혜택이 나온다. 이쯤 되면 이 티켓을 이용하지 못하는 올드(old) 매경 독자들 슬슬 뿔이 날 터. 걱정 마시라. 3일짜리 무한리필 티켓이 있다. 이름하여 자유여행 패스. 끊고 난 뒤 사흘간 KTX를 제외한 전 종류 기차를 무제한 탈 수 있는 프리 패스다. 1544-7788 ◆ 무한리필 펜션 … 바비큐 뷔페

↑ '무한리필 펜션' 숲속의 아침 전경.

무한리필 여행지 '버킷리스트' 넘버 투. 솔직히, 개인적으론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 이름하여 무한리필 펜션. 잠을 무제한 재워주는 건 아니니 오해하지 말길. 무한리필 해주는 건 바로 바비큐와 음료(술 포함)다. 원하면, 아침 해장국까지 무한리필로 빵빵하게 데워 주신다.

대표적인 곳은 경기도 양평군 청운면 다대2리에 있는 숲속의 아침 펜션. 마치 동화 속 산장 같다. 용지만 3만여 ㎡ . 비취 본관과 비취 별관, 통나무관, 에메랄드관, 토파즈관까지 숙소는 테마형이다. 특히 이곳이 유명한 건 다양한 부대시설 때문이다. 족구장, 미니축구장은 기본. 지금 같은 여름철엔 호텔 야외 수영장 뺨치는 수영장도 인기다. 물론 조건이 있다. 10명 이상 단체 손님만 받는다는 거. 1인당 비용은 7만원 선이다.

하이라이트는 무한리필 바비큐다. 특별 제작한 원통형 바비큐 불판에 부드러운 한우 생등심과 목살이 기본으로 나온다. 매일 아침 바닷가에서 직접 공수해 오는 싱싱한 가리비, 대하, 야채까지 덤. 특히 고기에 빠질 수 없는 술과 음료, 이게 다 무제한이다. 감동은 아침까지 이어진다. 속풀이 황태 해장국까지 든든히 먹고 가라며 챙겨준다. 이 역시 무제한이다.

무한리필 원조 격인 이곳이 유명세를 타면서 곳곳에 무한리필 펜션들이 생겨나고 있다. 서해안 안면도 인근 노라부러펜션(www.노라부러.kr), 경기도 파주시 법원읍의 초호쉼터도 무한리필 펜션 명소로 통한다. 두 곳 모두 최소 인원 제한을 두고 단체를 주로 받는다. 1인당 이용 요금은 5만~7만원 선.

◆ 무한리필 맥주ㆍ와인 … 호텔 해피아워

↑ 무제한 맥주와 뷔페안주 타임인 "해피아워"를 즐길 수 있는 그랜드앰배서더호텔.

무한리필 여행 코스에 특급호텔을 빼놓을 수 없다. 콧대 높은 호텔이, 그것도 무한으로 퍼 준다니?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이다. 이름하여 '해피 아워' 서비스. 명칭에서 느껴지듯 아워, 즉 시간을 제대로 지켜야 하는 게 핵심이다. 보통 시간대는 저녁 6시에서 8시 사이. 이 시간대에 가면 맥주 와인에, 세미 뷔페까지 모든 게 무한리필이다.

가장 파격적인 해피아워를 선보이는 곳은 서울 장충동 그랜드앰배서더호텔의 엔터테인먼트 펍 바(bar) '그랑*아'다.

이곳 해피아워 시간대는 오후 6시부터 8시 반까지(일요일 제외). 레드와인 3종과 화이트 와인 2종, 생맥주 무제한. 이것만도 감지덕지한데 여기에 소시지, 나초, 스프링롤까지 10여 가지가 겸비된 세미 뷔페가 추가된다. 매주 목요일 치맥데이에는 3가지 소스의 치킨까지 무제한으로 등장하신다. 가격도 놀랍다. 평소 호텔 생맥주 2~3잔 값 정도인 2만9000원.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여성 고객들은 50% 더 깎아서 1만4500원(세금 포함)에 이곳을 이용할 수 있다. (02)2270-3181 밀레니엄힐튼호텔의 영국풍 바(bar) 오크룸도 해피아워 메카로 통한다. 장소도 끝내준다. 야외로 이어진 '시크릿가든'에서다. 이곳 해피아워 타임은 저녁 6시부터 8시 반까지. 맥주, 와인 무제한에 '바비큐 무제한'이 덤이다. 숯불 그릴에서 셰프가 직접 구워주니 분위기도 그만. 무제한이라고 깔보다간 큰코다친다. 와인 리스트만 해도 A4 용지 한 바닥이다. 칠레 J뷰숑에 카베르네 쇼비뇽, 샤르도네까지 없는 게 없다. 압권은 바비큐. 독일식 소시지에 고추장 삼겹살, 몽골식 닭고기, 양고기까지 줄줄이 등장한다. 가격은 4만~5만원대. (02)317-3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