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0. 10. 11:47ㆍ세상사는 얘기
결혼은 남녀가 함께 살겠다는 약속이다. 하지만 결혼서약에도 불구하고 헤어지는 커플도 더러 있다. ‘결혼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남긴 채 말이다.
결혼 대신 동거를 택하는 커플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유교적 가치가 여전히 남아있는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 동거는 여전히 낯설다.
젊은 세대는 동거에 대해 보다 개방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15~32세 젊은이들의 55%가 동거를 찬성한다고 답한 통계청 조사결과도 있다.
함께 산다는 것은 둘 사이의 관계가 진지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결혼 서약이 영원한 관계를 보장해 주는 것이 아니듯, 동거에도 여러 문제가 얽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경기도의 한 LED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이 모씨(28)는 여자친구와 1년 반 째 동거 중이다.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여자친구와 만난 지 한 달 만에 동거를 시작했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마자 사회생활을 시작해 오랜 시간 혼자 살아왔다고 했다. 그는“어린 나이 때부터 일을 시작해 늘 외로움을 느꼈다.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가는 것이 싫었는데, 지금은 누군가 옆에 있어준 다는 것에 행복하다”면서 “결혼을 생각하고 있다면 동거는 100% 괜찮다고 생각한다. 서로에 대해 잘 알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굳이 결혼 생각이 없다 하더라도 같이 살아보는 건 좋은 경험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자친구와 12월1일 결혼식을 올리는 이씨는 한국 사회가 동거를 또 다른 가족의 형태로 이해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동거를 색안경 끼고 보는 시선은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 결혼 하고도 혼인신고 하지 않는 커플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무엇이 그렇게 다른가?”
사회적 편견
대부분 동거 커플은 동거 사실을 알리는 것이 여전히 어렵다고 했다.
성남시에 사는 김 모씨(31)는 남자친구와 지난 11월부터 동거 중이다. 같은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며 만난 그들은 4년 째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김씨는 “남자친구가 내가 사는 동네로 혼자 이사온 후로 동거가 자연스럽게 시작됐다. 나는 당시 가족과 살고 있었지만 남자친구와 외박하는 일이 잦았고, 결국 데이트 비용 절감을 위해 동거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원래 그녀는 같이 사려면 결혼 먼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동거 하다가 헤어지면 둘 중 하나, 혹은 두 사람 모두 피해를 입을 수 있게 때문이다.
김씨는“어머니도 내가 결혼하기 전에 남자와 같이 사는 것에 대한 걱정이 많으셨다. 나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이 날까 걱정하셨다”면서 “우리는 동거가 부끄럽지 않지만, 그렇다고 모두에게 말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가족과 가까운 친구 몇 명만 우리의 동거 사실을 알고 있다. 대부분 동거 말고 결혼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가끔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느낀다고 했다. “가끔 서로에 대한 책임감이 결혼한 커플에 비해 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관계의 불확실성이 걱정되기도 한다. 그런데 남자친구가 아직 안정된 직장을 잡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 결혼 계획은 없다.”
그녀의 남자친구인 김 모씨(29)는 “한국 사회의 인식이 좀 바뀌었으면 한다. 밖에서 데이트 하는 것과 동거하는 것의 차이점은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다 짧다 뿐이다”고 말했다.
서비스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이 모씨(27)는 서울 송파구에서 남자친구와 동거하고 있다.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가 남자친구 집과 가까워 만난 지 일년 만에 동거를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부모님께는 동거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 “부모님께 걱정 끼쳐 드리기 싫어 말씀 드리지 않았다. 그냥 내가 여자 친구랑 같이 살고 있는지 아신다”
이씨는 동거의 가장 좋은 점으로 외롭지 않은 것과, 출퇴근의 편리함을 꼽았고, 나쁜 점으로는 다투었을 때 혼자 있고 싶어도 같은 공간에 함께 있어야 하는 것을 꼽았다.
그녀는 한국 사회가 동거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고 했다. “한국은 성 문제를 쉬쉬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결혼하지 않는 한 동거는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은 다르다. “이혼율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같이 한번 살아보면서 서로에 대한 배려와 타협을 배우는 것도 좋다고 본다”
법적 보호가 필요하다
웨딩 플래너로 일하고 있는 양 모씨(31)는 지난 7월, 7년 사귄 남자친구와 결혼식을 올렸다. 그녀는 결혼 전 1년 간 동거한 경험이 있다. 그녀는“사람들에게 동거를 권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하지만 순결을 따지면서 동거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인식은 너무 구식이다”고 말했다.
동거를 경험한 이들은 동거를 생각하고 있는 이들에게 사랑과 일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변호사인 박 모씨(31)는 2006년 4월부터 11월까지 서울 관악구에서 여자친구와 함께 살았다. 사법고시 1차에 합격한 후 2차 시험은 서울에서 준비하기로 했을 때, 신림역에서 여자친구를 만났다.
“그땐 내가 사랑과 공부를 병행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여자친구와 함께 살고 난 후 공부에 집중할 수 없었다. 현재 내 아내가 된 당시 여자친구를 무척 사랑했지만 2006년 2차 시험에서 탈락했고, 여자친구에게 헤어지자고 말했다. 하지만 이 후 여자친구가 임신했다며 다시 나를 찾아왔다.”
박씨는 2009년 사법고시에 합격해 변호사가 됐다.
“동거 기간을 되돌아보면 갚진 경험이라 생각한다. 여자친구와 함께 살면서 내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동거는 결혼의 리허설이라 할 수 있지만, 추천하지도 반대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결혼의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는 거란 생각은 한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가 동거 커플을 위한 법적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숙명여자대학교 김혜영 교수는 “사회가 빠르게 변하고 있고 동거 커플이 증가하고 있다. 이 흐름에 맞춰 정부는 대안을 세워야 한다. 프랑스 정부는 이미 동거 커플을 위한 법적 시스템을 구축했다. 우리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현실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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