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 믿고 중고차 샀는데… 피눈물~

2013. 2. 25. 18:09세상사는 얘기

"아는 사이니까 좋은 가격에 할부로 사세요" 중고차 매매계약 후 인감 위조
유령 렌터카 업체에 팔아 넘겨
'차적 세탁' 탓 추적 불가… 할부금만 덤터기~~

 

 

서울 구로구에 사는 정모(50)씨는 지난 2009년 10월 한 중고차 딜러에게 차 한대를 구입했다. 수 년간 알고 지낸 지인이 소개한 딜러라 정씨는 의심 없이 1,850만원 상당의 하이브리드 소형차 할부 계약서를 썼다. 하지만 할부금을 석 달이나 부었는데도 차는 오지 않았다. 딜러는 "완벽하게 보수해서 차를 건네겠다"는 말로 불안해하는 정씨를 안심시켰다.

넉 달째 참다 못한 정씨가 자동차등록원부를 확인했을 때 그의 차는 이미 S렌터카로 명의가 이전된 상태.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인감이 위조돼 매매가 이뤄진 것이다. 전직 경찰인 정씨는 차량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차량 소유권을 가져간 렌터카 회사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유령 회사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업체는 폐업신고가 됐고 차는 다시 어디론가 팔려간 뒤였다. 차는 차대로 날리고, 차 할부금만 갚아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중고차 할부매매 계약을 체결한 뒤 소유권자 몰래 렌터카 업체에 팔아 넘기는 중고차 사기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정씨 경우처럼 유령 렌터카 업체에 차량 소유권을 이전, 차량을 팔아 치운 뒤 폐업시키는 신종수법까지 등장했다. 렌터카 업체가 차적 세탁 및 판매통로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렌터카와 관련한 제도적 허점 때문. 렌터카 업체가 폐업 신고를 한 뒤 한달 이내에 차량 번호판 반납 등 절차를 이행하지 않으면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직권으로 해당 차량 등록을 말소시킨다. 이렇게 되면 차량의 권리관계가 사라져 렌터카 업자들은 제 3자에게 정상차량으로 다시 판매해 부당이득을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차적 세탁이 된 차량은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하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전언이다.

반면 피해자들은 차량 소유권이 렌터카 업체에 넘어간 뒤에도 이미 계약한 할부업체에는 남은 할부금을 갚아야 하는 등 이중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계약 당사자라 할부금을 제때 못 내면 할부업체로부터의 법적 대응을 피할 방법이 없다. 2010년 11월 중고차 매매사기를 당한 한모(46)씨는 "중고차 딜러를 믿고 명의를 맡겼더니 3개월 뒤 차량 소유권이 고스란히 C렌터카에 넘어가 있었다"며 "차량을 찾을 길이 없어 아직까지 할부업체에 돈을 물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최근 렌터카 업체를 낀 중고차 사기매매 일당을 법정 구속시키는 일도 있었다. 중고차 할부 구입 계약을 맺은 피해자 8명의 명의로 차량을 구입한 뒤 렌터카 업체 등에 되팔아 4억여원을 챙긴 알선책과 중고차 딜러가 불구속 기소됐지만 법원은 이례적으로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시킨 것이다. 재판부는 "피해 차량의 회수와 피해자들의 할부금 채무 문제 해결이 요원해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부실한 렌터카 설립 및 폐업 등 법적 허점을 이용한 지능적 중고차 사기매매 수법이 늘고 이에 따라 피해자가 속출하는 만큼 정부의 실태파악과 제도 보완이 절실하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