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길을 이용한 여행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에 맞춰 전국 지자체들도 특색에 맞는 길을 개발하고 관광 상품화하기에 여념이 없다. 그중 해운대가 떠오르는 부산이 바다와 관광명소를 엮은 '갈맷길'을 내놓아 트래킹족들에게 관심을 끌고 있다.
'갈맷길'은 부산의 상징물 갈매기와 길의 합성어다. 이 길은 바다와 시내 등 부산 곳곳을 돌아다닐 수 있도록 산책로와 해양길, 도심길을 연결한 것이 특징이다.
더욱이 부산의 해안선을 따라 걷는 해양길은 국토해양부가 선정한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해안길 52곳'에 선정됐고 갈맷길 또한 해당 코스에 포함돼 있다.
- ▲ 부산 시내와 바다를 둘러볼 수 있도록 구성된 '갈맷길'의 모습.
그중에서 대변해안길은 기장 해변을 대표하며 윤선도 유배지, 해동용궁사 등을 보며 걷는 재미는 물론 지역 문화와 역사도 체험할 수 있는 길이다.
장마가 끝난 지난 주말, 대변해안길을 걷기 위해 이 길의 시작점인 기장역을 찾았다.
기장역은 해운대를 기점으로 동북쪽에서부터 송도해수욕장까지 남쪽으로 내려오는 코스이며 총 길이 19.7km이다. 역 근처 기장군청에서 간단한 갈맷길 코스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군청을 지나 1시간을 걸으니 바닷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처음 바다가 보이는 곳은 기장읍 죽성리다. 끊임없이 들리는 파도소리와 확 트인 해안 절경을 보고 걸으니 해안길을 걷는 내내 심심할 새가 없었다.
- ▲ 대변해변길을 걷다 보면 윤선도 유배지에 있는 '황학대'와 드라마 <드림> 세트장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해변길을 따라 걷다 보니 소나무 30여 그루가 모여 있는 언덕 '황학대'가 눈에 띄었다. 언덕 위에서 바다를 바라보니 잔잔한 파도소리와 은은한 솔 향기가 어우러져 마음까지 편안해졌다.
황학대 위에서 풍경을 둘러보다 바다 옆에 세워진 성당이 눈에 들어왔다. 주진모·손담비 주연의 '드라마 <드림> 세트장'이다.
이국적인 모습의 성당은 현재는 촬영하지 않고 개방해 놓았다. 이 지역을 둘러보는 관광객들에게는 이곳이 사진 촬영 명소로 더 유명하다.
- ▲ 해안길 중간 지점인 대변항 주변 수산시장의 모습.
1시간30분 정도 걸어가니 등대 주변에 정박해 있는 고기잡이배를 발견했다. 길의 중간 정도 지점인 대변항은 매년 4월 멸치축제가 열릴 정도로 멸치가 유명하다. 항 주변에 멸치 말리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해안길 옆에는 수산시장이 길게 늘어섰다. 시장에 진열된 생선, 오징어, 젓갈 등 다양한 수산물을 보며 걸으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곳에서 잠깐의 목을 축인 후 힘차게 걸으니 어느새 다음 목적지인 해동용궁사에 닿았다.
해동용궁사는 파도치는 암벽 위에 세워진 사찰로 동해의 최남단에 위치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절로 유명하다.
- ▲ 해안 절벽 옆에 세워진 '해동용궁사'의 모습.
1376년 나옹대사가 창건한 이 절은 산속이 아닌 바다 옆에 세워져 이색적인 모습을 자아냈다. 부산의 명소로도 알려진 이곳에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으며 외국인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일본여행을 마치고 부산을 투어 중인 크리스찬(Kristian·스웨덴·24세)씨는 "일본에서도 여러 사찰을 돌아다녔지만, 바다 옆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세워진 절은 처음 봤어요."라며 "뷰티풀"을 외쳤다.
법당 뒤의 계단을 오르면 용궁사와 절벽 아래 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이곳을 필수 코스로, 모두의 탄성의 자아내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 ▲ 해동용궁사를 관광하러 온 외국인의 모습.
용궁사를 뒤로하고 마지막 구간인 송정해수장으로 향했다. 용궁사에서 해수욕장의 길은 도심길로 둘러서 가야 하는 구간이다. 때로는 마을을 지나기도 하고, 숲 속을 걷기도 한다.
공수리 마을을 지나자 소나무와 초록빛 나무가 우거진 작은 동산인 죽도공원이 보였다. 이 공원에 잠시 올라가 나무 그늘 안에서 부산의 따가운 햇볕을 잠시 피했다.
공원 정상에서 송도해수욕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작은 백사장을 가진 이곳은 사람이 붐비지 않아 여유롭게 해수욕을 즐기기 원하는 이에게 안성맞춤이다. 1km 백사장의 끝 구덕포 지점에 세워진 갈맷길 표지판에서 트레킹을 마쳤다.
- ▲ 바다 옆 해안선을 따라 걷는 갈맷길의 모습(상단)과 대변 해안길의 마지막 지점인 '송도해수욕장'(하단)의 모습.
기장군청 갈맷길 관계자 강상훈씨는 "대변해안길을 걸으며 부산의 아름다운 해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구간 중간 도심길과 해안길로 연결되는 부분에 길 안내 이정표를 추가 보강하여 트레킹하는데 있어서 불편함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갈맷길에 대한 코스 정보는 부산 생활공감지도 홈페이지(gmap.busan.go.kr)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