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혼자 여행을 가야만 하는 이유?

2017. 10. 18. 00:56세상사는 얘기

  이전보다 1인 가구가 상당히 흔해진 요즘의 사회. 하지만 아직도 ‘혼자’라는 말은 사람들의 가슴을 후비고 들어온다.

혼자 밥을 먹고(끼니를 때운다고도 한다), 혼자 영화를 보고, 혼자 울고 웃고. 슬픈 이별 노래의 가사 같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홀로 사는 이들의 평범한 생활이다.


  이 글의 제목 역시 ‘혼자’이지만 단지 그런 이유로 서글퍼하지 말자.

당신이 ‘혼자’ 살던 ‘여럿이’ 살던 꼭 한 번쯤, 여행은 혼자 가봐야 한다.

당신이 혼자 여행을 가야만 하는 이유를 몇 가지 들어보고자 한다.

남들의 시선에서 멀어지는 순간


  ‘자취를 시작할 때 가장 어려운 것’이 무엇이었냐고 묻는다면 주저 않고 ‘남들의 시선’이라고 답할 것이다.

8인용 테이블에서 3대가 함께 식사하던 가정에서 자란 나에게 ‘혼자’라는 상황은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지금은 영화는 물론 여행도 혼자 다니지만 누구에게나 처음은 어렵고 두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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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로 떠나기 위해 비행기를 예매하고 숙소를 잡고 차를 빌리고. 모든 과정에서 ‘혼자 가도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하지만 ‘처음만 어렵지.’라는 생각으로 한 개씩 준비하다 보니 난 이미 비행기의 제일 앞, 창가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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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선 곳, 낯선 사람들, 그리고 혼자. 어떻게 보면 가장 두려워했던 상황에 직면한 순간, 오히려 후련해졌다.

그리고 가장 먼저 잊혀진 것은 ‘타인의 시선’이었다.

두렵고 무서울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상상의 순간’이 ‘현실’로 나타난 순간, 나는 느꼈다. “막상 해보니 별거 아니네.”

조용한 여행의 매력


  혼자 하는 여행은 조용하다. 여행 코스, 점심 메뉴, 다음 일정 등 전부 혼자다.

눈치를 살필 여행 파트너가 없어졌으니 ‘나 혼자’ 여행을 만끽하면 된다.

그리고 그곳에 좋은 음악이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다.


  내가 제주도에서 주로 한 것은 드라이브였다.

한적하게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한라산 중턱의 침엽수림을 천천히 달린다거나,

숙소 정 반대편의 해변으로 달려가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일몰을 구경하기도 했다.  

더불어 나를 괴롭히던 고민들을 ‘마음껏’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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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여행은 고민을 ‘잊기’ 위해 간다고 하는데, 내가 혼자 간 여행은 ‘고민’을 끊임없이 하기 위해 갔다.

고민을 끝없이 반복해  ‘더는 할 필요가 없다’고 느껴질 때까지 고민했다.

그리고 여행의 끝에 몸이 재충전되어 활기를 되찾았다는 느낌보단 사우나에서 몸을 푹 늘어뜨리고 온 듯한 개운함이 느껴졌다.

나에게만 집중하는 시간


  여행을 혼자 가게 된다면 겪게 되는 불편한 점들이 있다.

비용의 문제, 일정의 문제, 교통의 문제 등등. 하지만 그에 비해 얻게 되는 부분이 정말 많은데 그중 하나가 바로 ‘나’ 자신의 목소리에 집중하게 된다는 것이다.

낯선 곳에서 홀로 맞이한 ‘나’라는 존재는 좀 더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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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친 마음을 혼자 안고 가는 여행의 가장 큰 단점은 자칫 잘못하면 ‘우울하고 지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혹시 모를 경우를 위해 구체적이고 간단한 여행의 목표를 정하고 갔다.

먹고 싶었던 현지 음식을 꼭 먹어본다거나, 읽고 싶었던 책을 한적한 카페에서 다 읽고 돌아오겠다던가, 보드를 타고 해안도로를 달리겠다던가. 이런 것들을 목표로 잡았다. 그리고 여행의 사이마다 그것들을 달성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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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단한 것들은 아니지만, 목표로 잡았던 것들을 하나씩 달성할 때마다 스스로 뿌듯함과 자신감을 느꼈던 것 같다.

배낭여행으로 유럽을 일주하거나 세계 각지의 유적들을 돌아본 것은 아니지만 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온 ‘나 혼자만의 여행’에서 ‘내가 하고자 했던 것들’을 이뤄내고 있었다.

여행의 끝, 해결되지 않은 문제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서 여러 가지 생각들이 맴돌았다.

여행에 대한 결정을 머뭇거렸던 순간에서부터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짐을 다시 꾸리던 모습까지. 마냥 즐겁고 행복했던 여행은 아니었지만, 기존의 내가 알던 여행과는 전혀 다른 무언가를 경험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여행의 시작보다 훨씬 더 많은 자신감이 생겨있었다. 사실 여행을 하는 동안 해결된 것은 전혀 없었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면 나에게 스트레스를 끊임없이 주던 문제들과 부딪혀야만 했다.

하지만 여행의 끝에서는 오히려 그 문제들과 마주하고 싶었다.

그 문제들에 대해서 더는 스트레스받지 않고 고민하지 않으며 헤쳐나갈 자신감이 있었다. 오히려 그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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