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종주자전거길 702㎞

2012. 3. 9. 01:04여행.관광·정보

산들바람 맞으며 씽씽 봄물 오르는 자연이 벗이다… 국토종주자전거길 702㎞

국토종주자전거길 702㎞

인천 서해갑문에서 경북 문경새재를 넘어 부산 을숙도를 연결하는 702㎞ 길이의 국토종주자전거길을 비롯해 금강종주자전거길과 영산강종주자전거길이 4월 하순 완전 개통된다. 국토해양부와 행정안전부 등은 일부 공사구간을 제외한 자전거길을 개방하고 안내표지판을 설치하는 등 막바지 단장에 분주하다. 개통을 앞둔 국토종주자전거길(아라자전거길+한강서울자전거길+한강종주자전거길+새재자전거길+낙동강종주자전거길)과 금강종주자전거길, 영산강종주자전거길을 미리 둘러본다.

 

◇아라자전거길(21㎞)

 

서해와 한강을 잇는 경인아라뱃길의 양쪽에 조성된 아라자전거길은 라이더들에게 환상의 자전거길로 불린다. 강둑을 포장하거나 마을길을 연결한 여느 자전거길과 달리 처음부터 자전거전용도로로 만들어져 급커브나 경사 구간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쉼터도 곳곳에 설치돼 쉬어가기에 좋다.

아라자전거길의 출발점은 갯내음이 물씬 나는 인천 서구 오류동의 정서진(正西津). 인천여객선터미널과 아라서해갑문 옆에 위치한 정서진은 서울 광화문을 중심으로 정서쪽에 위치한 곳으로 지난해 인천 서구가 강원도 강릉 정동진에 대칭되는 관광지로 개발했다. 한반도가 해를 품은 모양의 정서진 표지석은 국토종주에 나서는 라이더들이 결의를 다지고 기념촬영을 하는 곳.

경인아라뱃길은 인천 오류동에서 서울 강서구 개화동을 잇는 우리나라 최초의 운하로 길이는 18㎞. 폭 80m, 수심 6m로 수변을 따라 테마공간인 시천가람터, 아라폭포, 수향원, 두리생태공원 등 '수향8경'이 펼쳐진다. 운하를 가로지르는 16개의 독특한 다리도 볼거리. 정서진에서 출발해 21㎞를 달려온 아라자전거길은 아라한강갑문에서 한강서울자전거길과 연결된다. 1시간 25분 소요.

◇한강서울자전거길(56㎞)

 

아라한강갑문에서 강서지구, 양화지구, 잠원지구, 광나루지구 등 한강 남쪽 둔치에 위치한 한강시민공원을 달려 팔당대교까지 이어지는 56㎞ 길이의 한강서울자전거길은 수도 서울을 관통한다. 신행주대교를 비롯해 25개의 다리와 철교 아래를 달리다 보면 '한강의 기적'이 실감난다.

한강 본류와 지류에 개설된 서울의 자전거도로는 한강서울자전거길을 비롯해 총연장 240㎞로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전철역이나 간선도로에서 자전거로 쉽게 접근이 가능한데다 일산, 분당, 수원, 의정부, 안양, 광명 등 수도권 주요 도시와 거미줄처럼 연결된다.

한강서울자전거길은 한강시민공원은 물론 행주산성, 월드컵공원, 절두산순교성지, 청계천, 4대궁궐, 서울숲, 동구릉, 광명돔경륜장, 백운호수, 여의도공원, 국립현충원, 양재 시민의 숲, 서울대공원, 올림픽공원 등 주요 관광지를 연결하는 동맥역할을 한다. 주변에 자전거 대여점과 수리점도 많다. 다만 국토종주에 나서는 전문 라이더들은 어린이 등 이용객이 많아 고속주행에 조심해야 한다. 3시간 40분 소요.

◇한강종주자전거길(136㎞)

팔당대교 북단을 출발한 한강종주자전거길은 경기도 양평, 여주와 강원도 원주를 감돌아 흐르는 남한강을 거슬러 올라 충북 충주의 충주댐에서 136㎞에 이르는 여정을 마무리한다. 두물머리를 비롯한 자연명소와 다산 정약용의 유적지 등이 강 따라 이어지는 한강종주자전거길은 살아있는 역사자연박물관. 여기에 이포보, 여주보, 강천보 등 3개의 아름다운 보가 남한강의 운치를 더한다.

팔당에서 양평까지 남한강변에 조성된 자전거길은 중앙선 폐철도를 달린다. 녹슨 기찻길을 사이에 두고 시멘트로 포장된 자전거도로는 봉안터널 등 몇 개의 터널을 지나고 쉼터로 제공되는 간이역도 만난다. 강심에는 따뜻한 남쪽나라에서 겨울을 보낸 큰고니 등 철새들이 시베리아로 돌아갈 날을 준비하고 있다. 북한강철교는 투명재질 바닥을 통해 강물 위를 달리는 스릴을 맛보게 하는 구간.

자전거 여행객들이 늘어나면서 지방자치단체들도 관광객 유치에 발 벗고 나섰다. 양평군은 양평역 앞에 수십 대의 자전거를 비치하고 관광객들에게 무료로 빌려주고 있다. 중앙선 전철을 타고 온 관광객들이 자전거를 빌려 타고 양평 일대를 관광하는 새로운 풍속도가 생겨난 것은 이 때문이다.

양평역을 출발한 자전거는 자동차로는 갈 수 없는 강변길을 달려 순식간에 여주 이포보를 만난다. 한강의 보 중 최남단에 위치한 이포보는 비상하는 백로를 형상화했다. 이포보 상류에 위치한 여주보를 건넌 자전거도로는 세종대왕릉 유적지를 스쳐지나 황포돛배를 형상화한 강천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한강문화관에서 잠시 휴식을 갖는다.

국토종주자전거길 여행의 매력은 종주길과 연결된 테마길. 한강에는 두물머리의 '추억 만들기길'과 충주 중앙탑 인근의 '역사의 숨결길' 등 5개의 테마길이 있다. 테마길은 코스가 짧아 여유 있게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게 장점으로 가족 단위 자전거 여행객들에게 인기.

경기도와 강원도, 그리고 충청도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하나로 합쳐지는 원주 부론면의 세물머리를 지나면 자전거길은 호젓한 둑길을 따라 충주 비내섬까지 일직선으로 달린다. 그리고 우륵이 가야금을 연주했다는 탄금대를 지나쳐 충주댐 아래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9시간 소요.

◇새재자전거길(100㎞)

충북 괴산과 경북 문경을 연결하는 해발 548m 높이의 백두대간 이화령을 넘는 새재자전거길은 상당한 체력과 기술이 필요한 고난이도의 고행길이다. 충주에서 출발한 새재자전거길은 사과나무 가로수길을 벗어나면서 서서히 고도를 높인다.

새재자전거길의 특징은 자동차전용도로인 3번 국도 주변을 맴돌면서 달리지만 절대로 3번 국도에 올라서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동차들이 고속으로 질주해 위험하기 때문이다. 대신 옛 3번 국도와 지방도, 그리고 마을길과 들길을 달려 여느 자전거길과 달리 운치가 듬뿍 묻어난다.

문강유황온천과 수안보온천을 통과한 새재자전거길은 괴산의 소조령전망대에서 본격적으로 고도를 높이기 시작해 숨이 턱에 몇 번이나 닿고 난 후에 이화령 고개 정상에 올라선다. 정상에서 보는 괴산의 연풍 들녘과 산세가 가슴이 탁 트이도록 시원하다.

이화령을 내려가는 길은 올라오는 길보다 더 어렵다. 급경사에 급커브 길이 끝없이 이어져 자칫 속도를 내다가는 사고로 연결될 수 있다. 그러나 일단 고개를 내려오면 문경철로자전거로 유명한 진남역까지 영남대로를 따라 한달음에 달린다. 진남역에서 불정역을 거쳐 주평역까지는 철로자전거와 함께 달리는 구간으로 봄에는 철로를 따라 개나리와 진달래가 만발한다.

새재자전거길은 예천 삼강나루에서 낙동강과 합류하는 영강을 따라 달린다. 문경시내 구간은 사과나무 과수원이 펼쳐지는 호젓한 강변길로 상주 상풍교에서 낙동강종주자전거길과 합류한다. 6시간 40분 소요.

◇낙동강종주자전거길(389㎞)

경북 안동댐에서 부산 을숙도까지 천리길을 달리는 낙동강종주자전거길은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찬 '비경로드'이자 '역사로드'. 야경이 아름다운 월영교에서 출발한 낙동강종주자전거길은 안동시내를 흐르는 낙동강 둔치를 달려 풍산들녘과 하회마을이 한눈에 보이는 부용대를 우회해 구담습지를 향한다.

일직선으로 뻗은 예천의 낙동강 둑길을 달린 자전거길은 상주 상풍교에서 새재자전거길을 만나 회상들녘과 상주자전거박물관을 거쳐 상주보에서 잠시 거친 호흡을 고른다. 이어 상주 낙단보를 통과한 자전거길은 구미보까지 고속도로처럼 뚫린 낙동강 둑길을 질주한다. 구미보 하류에 위치한 해평습지는 겨울철새들의 보금자리로 철새들은 떠나고 백로 등이 허허롭게 강심을 지키고 있다.

한국전쟁이 끝난 지 60년이 흘렀건만 아직도 포탄 구멍이 선명한 옛 왜관철교를 스쳐 지난 자전거길은 칠곡보를 거쳐 달성군의 강정고령보에서 비닐하우스가 바다처럼 펼쳐지는 들녘을 만난다. 강정고령보 주변의 달성습지는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우포늪에 버금가는 가치를 지닌 습지.

드디어 경남 땅으로 진입한 자전거길은 우포늪으로 유명한 창녕에서 따오기 모양을 형상화한 합천창녕보를 만난다. 이골 저골의 물길을 합류한 낙동강은 달릴수록 폭이 늘어나 낙동강의 8개 보 중 최하류에 위치한 창녕함안보를 지나면 바다처럼 넓어진다. 삼랑진, 원동, 물금 등을 지나는 강 건너 경부선철도의 화물열차와 달리기 시합을 하던 자전거길은 어느새 김해공항을 지나쳐 항구도시 부산으로 진입한다.

안동댐에서 을숙도까지 389㎞에 이르는 대장정을 축하라도 하듯 부산에 첫발을 내디딘 자전거도로는 맥도생태공원에서 양쪽으로 도열한 벚나무의 환영을 받는다. 벚꽃잎이 눈송이처럼 흩날리는 4월에 이 길을 달리는 라이더라면 눈이 부실 것 같다. 낙동강종주자전거길은 중저음 뱃고동을 반주삼아 너울너울 춤을 추는 부산갈매기들의 환영을 받으며 을숙도에서 국토종주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26시간 소요. 글·사진=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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