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얘기

짓누르는 빚… 개인회생 - 파산 ?

野人 2013. 2. 2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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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누르는 빚… 개인회생 신청 갈수록 는다.

지난달 8,868건 접수
작년보다 45%나 늘어
기본생계비 인상 검토

 

최근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한 A중소기업의 홍모(41) 과장은 전형적인 '하우스푸어(집이 있지만 가난한 사람)'다. 무주택자 시절 전세금을 올려달라고 독촉하는 집주인의 독촉을 참다 못해 서울 서대문구에 빌라 한 채를 마련한 것이 화근이 됐다. 월급이 200만여원에 불과해 스스로도 조금 부담이 됐지만 허리띠를 졸라매면 곧 갚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자 부담으로 생활이 곧 힘들어졌고 그는 카드론과 마이너스통장 등에 의존하게 됐다. 어느새 1억원 넘게 불어난 빚 때문에 뒤늦게 집을 내놔봤지만 찾는 이조차 없었다. 사금융에 손을 대는 상황에까지 내몰리자 그는 결국 개인회생절차를 밟기로 했다. 카드대금ㆍ은행대출금 등 가계 빚을 견디다 못해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정부도 서민의 부채 부담을 줄여주려 저리금융 등 각종 구제책을 내놓고 있지만 개인회생제도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 수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5일 대법원에 따르면 1월 전국 법원에 들어온 개인회생 신청 건수는 8,868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6,111건)보다 45% 이상 증가했다. 연간 단위로 살펴봐도 2010년 4만6,000여건에 불과하던 신청 건수가 2012년에는 9만건을 돌파해 2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서울중앙지방법원에는 1월 한 달 동안에만 2,051건의 개인회생 신청이 들어왔다. 지난 한 해 동안 서울지법에 접수된 2만455건의 10%가 넘는 수치다.

개인회생제도는 월 소득 가운데 최저생계비를 제외한 나머지 가용금액으로 3~5년간 성실히 채무를 갚으면 잔여 채무에 대해 면책 받을 수 있는 구제 제도다. 매월 변제해야 하기에 일정한 직업(소득)이 있는 사람이 주요 대상이다. 법원 파산부의 한 관계자는 "무절제한 소비 때문이라기보다는 한 순간의 판단 실수로 빚이 갑자기 늘어났거나 박봉으로 쪼들리는 삶을 다른 방법으로 극복해보려다 실패한 경우가 많다"며 "번듯한 직장이 있는 사람도 많기에 일각에서는 제도를 악용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지만 최대한 걸러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대형병원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신모(48)씨는 월 급여가 400만원이 넘는다. 하지만 그의 빚은 무려 3억원. 17년 전 동료의 대출 보증을 선 것이 잘못돼 신용불량자가 됐고 신용불량에서 탈출하기 위해 여러 금융기관을 전전하며 대출을 끌어다 쓴 것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금은 건축사라는 번듯한 직업을 가진 이모(45)씨도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일시적으로 직장을 잃으며 조금씩 돈을 빌려다 쓴 것이 현재 1억8,000만원의 빚으로 남아 시달리게 됐다.

법원은 이처럼 개인회생제도에 기대는 사람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신청자가 확보할 수 있는 기본생계비를 인상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개인회생자의 생활비가 부족할 경우 다시 지금과 같은 악순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급여에서 최저생계비의 150%(3인 가구 기준 약 189만원)를 생활비로 쓰도록 보장해주고 나머지만 빚을 갚는 데 쓰도록 하고 있다. 파산부의 한 관계자는 "빚 못 갚겠다며 개인회생을 신청한 사람들에게 생계비를 지금보다 더 주겠다는 것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이 사람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개인회생제도의 취지인 만큼 좀 더 빨리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사회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미기자

 

법원 파산부 확대 개편

합의부 12개서 14개로 늘려
개인회생 단독재판부 20개로..

 

개인회생과 법인회생 등 파산 사건이 늘어나자 법원이 파산부를 확대 개편했다.

25일 대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 이날부터 합의부를 종전 12개에서 14개로 늘렸다. 이에 따라 제6파산부와 제26파산부가 신설됐다. 개인회생 단독재판부도 19개에서 20개로 늘렸다.

파산부 확대 개편은 중앙지법이 대법원에 파산 인력 충원을 요청함에 따라 이뤄졌다. 현재 중앙지법 파산부는 서울·경기·강원 지역에 본사를 둔 기업을 관할하며 전국 법원의 기업 회생사건 중 3분의1가량을 처리하고 있다.

여기에 개인회생 신청과 법인회생 신청까지 늘면서 사실상 합의부ㆍ단독재판부를 가리지 않고 개인ㆍ법인의 회생ㆍ파산 업무를 모두 처리하는 중앙지법 파산부의 업무량은 더욱 더 늘어났다.

실제 개인회생 신청 건수는 지난해 9만건을 돌파했으며 법인회생 신청도 점차 늘어 2011년부터 1년간 처리한 법인회생 사건이 207건으로 전년보다 20% 이상 늘었다.

대법원은 파산부 확대개편에 따라 인천지법 부천지법 부천지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정준영 부장판사를 대신해 서경환 부장판사와 이재희 부장판사를 파산부로 보냈다. 합의부 사건을 담당하는 부장판사가 4명에서 5명으로 늘어난 셈이다.

서경환 부장은 8월한화그룹김승연 회장에게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법조계 안팎의 주목을 받았지만 소비자파산과 관련된 논문을 쓸 정도로 파산법 전문가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에서 도산법을 전공한 이재희 부장 역시 파산전문가다.

법원 관계자는 "파산부의 업무량이 여전히 많지만 부장판사 1명이 충원됨에 따라 파산 사건 처리가 한결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co.kr  

 

빚진 가구 10곳중 6곳 "앞으로 원리금 상환 어렵다"

한은, 가계금융·복지 조사
20%만이 "집팔아 빚 갚겠다" … 18%가 "원리금 연체 경험"
과다부채가구 비율은 개선… "5년후엔 집값 오를 것" 38%

 

금융회사에 빚을 진 가구 10곳 중 6곳은 앞으로 원리금 상환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부동산을 팔거나 이사해서라도 빚을 갚겠다는 사람은 10곳 중 2곳에 불과했다. 1년 뒤에는 부동산 값이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54%)이 절반을 넘었지만 5년 뒤에는 집값이 오를 것(38.1%)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부동산 경기가 어느 정도 바닥에 근접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2년 가계금융ㆍ복지조사(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채보유가구 중 향후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 가구는 62.3%를 차지했다. 가계부채 상환은 벌이(소득)로 충당하겠다는 답변이 68.3%로 가장 많았다. '부동산 및 기타자산 처분(12.5%)' '주거변경(7%)' 등 집을 처분하거나 이사하는 것은 차선책이었다. 집을 던질 만큼 급박한 상황은 아니라는 뜻이다.

부동산시장이 바닥을 쳤다는 기대감도 이런 생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년 후 부동산 가격이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가구가 54%로 '하락할 것(28.1%)'의 두 배였다. 5년 뒤 전망은 더 긍정적이었다. '상승할 것(35.3%)'과 '크게 상승할 것(2.8%)'을 합쳐 38.1%로 '현 수준 유지(35.7%)' '하락(23.3%)' '크게 하락(2.9%)'보다 많았다.

지난해 대출금 원리금 상환액이 가계 총수입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과다부채 가구는 부채보유가구의 13.1%(전체 가구의 7.7%)를 차지했다. 지난 2009년 14.5%, 2010년 17.6%에 비해 다소 개선된 모습이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 가처분소득이 증가한데다 금리인하에 따른 효과도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부채보유가구 중 지난해 원리금 상환시 연체경험이 있는 가구는 18%였다. 4회 이상 연체한 가구비중도 4.7%나 됐다. 주요 연체요인은 '소득감소(34.3%)' '생활비 증가(23.8%)' 등이 꼽혔다.

지난해 은행에 신규대출 또는 만기연장대출을 신청한 가구는 전체 가구의 30%로 주요 용도는 '생활자금(31.4%)'이 가장 많았다. '기존대출금 상환'을 위한 대출도 15.2% 있었다. 대출신청가구 중 23%는 신청액 일부만 받고 2.4%는 대출을 받지 못했다. 이들은 2금융(45.4%)이나 지인(25.5%)을 통해 돈을 융통했지만 29.1%는 아예 포기했다.

한편 한은이 기준금리 결정시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는 '물가안정(72.4%)'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경제성장(12.9%)' '금융시장 안정(11.8%)'이 뒤를 이었다. 정부가 경제정책 추진시 가장 고려해야 할 것은 '물가 및 부동산 가격 안정(41.9%)'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경제성장(29.5%)' '고용확대(19.2%)' '소득분배(9.4%)' 등이 뒤를 이었다.             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