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얘기

작고 귀여운 SUV시대의 도래

野人 2012. 6. 14.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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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이 일상용 차량에서 원하는 것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포드 이스케이프 2013년형만큼 잘 보여주는 차량은 많지 않다.

최근에는 SUV시장에서 더 작고 민첩한 ‘콤팩트 크로스오버’급 차량이 가장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스케이프, 혼다 CR-V, 도요타 RAV 4는 상대적으로 작은 탑승공간과 수납공간을 구비하고 있으며, 대형 SUV에 비해 높은 연비와 안전을 자랑한다.

포드 이스케이프가 처음 출시된 2001년만 해도 소형 SUV는 이따금 놀림의 대상이 되었으며 틈새시장을 위한 차량이라고 간주되었으나, 오늘날은 상황이 역전되었다. 2001년 당시 운전자들은 픽업트럭 차체를 기본으로 만들어진 무게 1.8톤의 포드 익스플로러와 같은 저돌적인 대형 SUV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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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제는 익스플로러와 같이 거대하고 연비가 떨어지는 SUV가 틈새시장용 차량이 되었다.

현재 미국에서는 이스케이프, CR-4, RAV 4, 기아 소렌토, 쉐보레 에퀴녹스 등 컴팩트 크로스오버 차량이 매출대수 기준으로 2번째 또는 3번째로 잘 팔리는 차량등급이다. 작년에는 이스케이프 기존 모델이 컴팩트 크로스오버 등급에서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터직 비전의 자동차부서장 알렉산더 에드워즈는 “전통적인 SUV가 밀려나고 있다”고 말한다. 2006년만 해도 미국 자동차시장의 9%를 차지했던 소형 SUV는 현재 약 14%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소형 SUV의 장점 중 하나는 일반 자동차에 가까운 매끄러운 디자인이다. 10년 전만 해도 소비자들은 투박하고 도로가 아닌 곳에서 달릴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일반 세단 대신 대형 SUV를 선택했다.

AFP/Getty Images
Toyota RAV4

포드의 경쟁업체들은 지난 몇 년 동안 소형 SUV에 일반 차량과 유사한 디자인을 적용해 왔으나, 포드는 작년까지 이스케이프에서 익스플로러와 유사한 거대한 후면과 사각그릴을 고수했다.

이스케이프 브랜드 매니저인 제이슨 스프로카는 포드가 사람들이 이스케이프를 재구매하지 않으려는 이유를 분석한 끝에 구식 디자인이 주요 원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전한다. “구식 디자인 때문에 CR-4나 RAV4 고객들은 이스케이프를 원하지 않았다.”

버지니아 해군장교인 테리 크래프트(53세)는 너무 각이 졌던 기존 이스케이프 외관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신모델은 마음에 든다고 말한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과 연비”라고 말한 그는 2리터 엔진과 정보엔터테인먼트 시스템, 각종 옵션이 장착된 4륜구동 이스케이프 신모델을 주문해 놓았다.

이스케이프 2013년형에서 포드가 안고 있는 위험 중 하나는 신모델이 경쟁업체의 소형 SUV와 너무 비슷해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에는 혼다나 도요타가 포드나 쉐비보다 연비가 뛰어난 차량을 만든다는 것이 상식처럼 여겨졌지만 이제는 아니다.

이스케이프 2013년형의 4실린더 터보차지 1.6리터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는 일반 도로에서는 1리터 당 9.8킬로미터, 고속도로에서는 14킬로미터 가량을 달릴 수 있다. CR-V는 1리터 당 9.8킬로미터/13킬로미터이고 4실린더 엔진이 달린 RAV 4는 9.3킬로미터/12킬로미터이다(전륜구동 모델 기준).

이스케이프 신모델은 CR-V와 RAV 4, 소렌토와 에퀴녹스에 비해 연료통이 작기 때문에 장거리 주행시 주유소를 더 자주 들려야 한다. 이스케이프 2013년형 중 가장 저렴한 패키지 기본가격은 23,295달러이지만 여기에는 효율성이 높은 터보차지 엔진이 달려있지 않다. 1.6리터 터보차지 엔진이 달린 이스케이프 SE 기본가격은 25,895달러이고 2리터 엔진 또는 ‘타이타늄’ 패키지는 32,000달러 이상이다.

Wieck
2012 Chevrolet Equinox LTZ

운전자들이 소형 SUV에서 연비를 따지고 있기는 하지만 주요 제조사 모델 중에서는 대형 6실린더 엔진이 인기를 끌어왔다.

도요타는 6실린더 엔진이 달린 RAV 4 판매를 계속하고 있지만, 포드는 6실린더 버전이 기존 이스케이프 매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했음에도 2013년형에서 6실린더 엔진제공을 중단했다.

포드 마케팅담당자들은 4실린더 터보차지 2리터 엔진이 6실린더 엔진만큼 힘을 내면서 더 효율적이라고 말한다. 이스케이프 2리터 엔진 연비는 1리터 당 12.75킬로미터로 RAV 4 6실린더 엔진의 11.48킬로미터보다 높다.

혼다와 도요타가 발명하다시피 한 소형 SUV 시장에서 현재로써 포드는 연비와 특정 기술이라는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과거 미국산 차량의 특징은 오래된 엔진이나 변속기, 촌스러운 인테리어 사용 등 뻔히 보이는 비용절감 시도였다. 반면, 이스케이프 신모델은 연비향상에 도움이 되는 표준 6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하면서 기존의 공식을 뒤집고 있다. RAV 4는 4실린더 엔진에 4단 변속기를 탑재하고 있으며 CR-V는 5단 변속기를 이용한다.

그렇기는 하지만 일본 제조사의 소형 SUV가 여전히 상당한 매력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Wieck
2012 Honda CR-V EX-L AWD

인기 자동차쇼핑사이트 Edmunds.com에 따르면 이스케이프 2013년형 출고가 가까워짐에 따라 많은 소비자들이 관심을 나타내고 있으나, 혼다 CR-V가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으며 구매의사를 밝힌 고객 수도 더 많다고 한다.

지난 달 도요타의 미국시장 점유율이 전년 대비 5%p 상승한 반면, 미국 제조사 3곳의 점유율은 4%p 감소했다는 사실이 발표되면서 도요타의 변함없는 위상이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 도요타는 RAV 4 신모델을 언제 출시할지 발표하지 않았으나 곧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포드 이스케이프가 현재 갖고 있는 상대적 이점이 오래 지속되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