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이야기

두 얼굴 중국 …자국 선장 사망 땐 “한국인 처벌” , 한국 해경 사망엔 “선원 인도적 대우를”

野人 2011. 12. 14.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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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피살 후폭풍중국 외교부 1년 전과 지금
[중앙일보 장대석]
#1. 13일 전북 군산시 중앙장례식장 안치실. 1호실 냉장고에 1년이 다 돼 가는 시신 한 구를 보관 중이다. 지난해 12월 18일 이곳에 들어온 중국인 리융타오(李永濤·당시 29세) 선장이다. 리융타오는 당시 군산 어청도 근해에서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을 뒤쫓던 해경 경비함(3010호)의 앞부분을 들이받고 침몰한 랴오잉위(遼營漁)호를 지휘했다. 불법조업을 단속하던 우리 해양경찰관 4명은 중국 선원들이 휘두른 흉기에 맞아 큰 부상을 당했다. 중국 외교부는 사건 발생 사흘 뒤 “중국 어선 침몰은 한국 측 책임으로 관련자를 처벌해야 하며, 인명과 재산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2. 그로부터 약 1년이 흐른 지난 12일 인천 앞바다 소청도 근해. 이곳에서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을 나포하는 과정에서 중국인 선장 청다웨이(程大偉·42)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인천해경 이청호(40) 경장이 피살됐다. 사건 직후 중국 외교부는 “한국 측이 중국 어민에게 합법적 권익 보장과 더불어 인도주의적인 대우를 해 주기를 바란다”고 발표했다.


13일 해경은 중국인 선원 9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타실에 있던 칼로 이 경장을 살해한 청다웨이에 대해서는 살인 혐의가 적용됐다. 중국 측은 사건 만 하루가 지나서야 “이는 불행한 사건”이라며 “이번 사건으로 한국 해경이 숨진 것에 유감의 뜻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중국 측의 뒤늦은 유감 표현은 국제사회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자 등 떠밀려 나온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우리 영해에서 벌어지는 자국 어선의 불법조업 사건에 대해 두 얼굴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 어부들의 불법조업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할 때마다 “한국 측 책임”이라며 ‘적반하장’식 주장을 하면서 해경이 피살되는 등 한국 측 피해에 대해서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이 경장 피살사건에 대해서도 처음엔 아무런 애도의 표현이 없었다. 오히려 변명에 급급했다. 중국 외교부는 12일 성명에서 “중국은 어민 교육과 어선 관리대책, 규정 위반행위 발생 방지대책을 여러 차례 취했다”고 강조했다. 아내와 어린 세 자녀를 두고 숨진 이 경장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중국은 자국민 챙기기에 나섰다. 13일 오전 10시30분쯤 주한 중국영사는 인천해경에 전화를 걸어 자국 선원들을 접견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중국은 이처럼 ‘인도적 대우’를 주장하면서 리융타오 선장의 시신을 1년째 방치하는 등 정작 자국민 뒤처리는 ‘나몰라라’하고 있다. 앞뒤 안 맞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의 시신은 빠르게 부패되고 있다. 김창문(49) 군산 중앙장례식장 사장은 “지난 1년간 외교통상부와 해경을 통해, 그리고 직접 중국영사관에 전화·공문으로 ‘고인이 눈을 감도록 시신을 수습해 가라’며 수십 차례나 본국 송환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영사관은 “본국에서 아무런 지시가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1년이 지나면서 안치비용(하루 15만원)은 5000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전북대 배정생(국제법) 교수는 “중국 정부가 돈을 지불하고 인수해 갈 경우 불법조업을 시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인수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불법조업 관련 중국 외교부 성명

▶ 2010. 12. 21 “중국 어선의 침몰은 한국 측 책임으로 관련자를 처벌해야 하며, 인명·재산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
▶ 2011. 12. 12 “한국 측이 중국 어민에게 합법적 권익 보장과 더불어 인도주의적인 대우를 해주기를 바란다.”
▶ 2011. 12. 13 “불행한 사건이다. 한국 해경이 숨진 것에 유감의 뜻을 표시한다.”